'미운 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올림픽 7연패 신화를 이뤄낸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의 '맏언니' 최현주(28ㆍ창원시청)의 스토리다. 최현주의 국내 대회 최고 성적은 지난해 전국체전 여자 일반부 개인전 동메달이다. 당연히 이번 올림픽도 첫 경험이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무명의 세월을 보냈고 양궁대표팀의 '약점'으로 찍혀 눈총까지 받았다. 겉으론 맏언니이지만 속으론 새파란 신인이기 때문이다. 최현주는 이번 대표팀에서 세계랭킹도 29위로 가장 낮다.
그런 최현주가 올림픽 최종선발전 4위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자 양궁인들 사이에서도 '최현주가 누구냐'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국내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이 없기 때문이다. 턱걸이로 선발전을 통과했지만 런던으로 가는 티켓은 단 3장뿐. 최현주는 지난 5월 처음 나선 월드컵 1차대회에서 개인전 3위에 올라 '생소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대 후반에 갑자기 나타난 태극낭자를 보고 어리둥절하기는 외국언론도 마찬가지. 로이터통신은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신인' 최현주 탓에 한국 여자 양궁의 독주가 이번 대회에서 끝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실제 27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개인전 랭킹라운드에서도 후배 기보배와 이성진이 1,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현주는 어깨부상으로 21위에 그쳤다.
최현주는 "어깨 뼈끼리 부딪치는 '충돌 증후군'이 생겨 약물 치료를 받았다. 어깨가 느슨해진 느낌이 들면서 정교한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 힘이 들어 랭킹라운드에서 헤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최현주는 30일 런던 로즈 크리켓 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전에서 '미운 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거듭났다.
'부활'의 비밀은 활에 있었다. 이성진과 기보배가 40파운드짜리 활을 사용하는 반면 키 172㎝, 64㎏으로 체격이 큰 최현주는 45파운드짜리 활을 즐겨 쓴다. 백웅기 여자대표팀 감독은 "활이 가벼우면 비바람 때문에 표적지를 향하다가 가라앉거나 뜨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활이 무거우면 안정적으로 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압권은 2엔드부터 4엔드 첫발까지였다. 최현주는 5발 중 10점 골드 4개를 과녁에 꽂았다. 한국이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최현주가 74점, 이성진이 66점, 기보배는 70점을 쏴 한국은 합계 210점으로 중국을 1점차로 따돌리고 올림픽 7연패를 달성했다.
최현주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로 태권도, 육상, 배구 등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활을 잡았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저 그런 선수중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최현주는 기죽지 않았다. 최현주는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성적이 좋은 선수도 아니고 타이틀도 없지만, 끊임없이 노력해왔으니 자격이 있다"라며 "그 동안 '현주의 끊임없는 노력이 기적을 일으킬 것이다'라는 주문을 계속 외웠다"고 말했다. 최현주는 1일 개인전에 출전, 2관왕에 도전한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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