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무리들과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갤럭시S3'를 공개하며 선보인 티저 영상에는 한 무리의 양떼와 함께 이런 자막이 흘렀다. 사람들은 단번에 양(sheep)과 사람(people)의 합성어인 '쉬플'을 떠올렸다. 쉬플은 쉽게 설득 당하고 다른 사람을 쫓아가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삼성전자는 '애플빠'로 불리는 마니아층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유력했다.
사실 삼성전자와 애플 간에 기술격차는 별로 없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압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빠'로 집약되는 소비자들의 충성도에선 여전히 애플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스스로 '태초에 애플이 있었다'라는 성경 문구까지 패더리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두터운 고객층을 자랑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숙제다. 이미 기술과 품질에선 세계정상에 올라선 국내 대기업들 앞에 놓여진 마지막 과제는 바로 '열렬한 팬'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점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추격자'일 때의 브랜드전략과 '선도자'일 때의 브랜드전략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영수 수석연구위원은 "이젠 우리나라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삼성이나 현대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만큼) 브랜드전략도 인지도를 높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열광하는 소비자층을 두텁게 하는 쪽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더 이상 품질이나 기능상의 차이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제품을 조목조목 따지기 보다는 제품이 전달하는 경험이나 디자인의 느낌 등에 좌우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감성 마케팅이다. 제품, 기업을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문화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디자이너 마크고베는 "감성마케팅은 이제까지 개인이 가지지 못했던 감정과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전통적 마케팅 과 감성 마케팅의 차이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에선 이런 흐름들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3를 출시하며 마케팅의 초점을 종전까지의 '성능 과시'에서 '감성호소'로 바꿨다. 갤럭시S3의 광고카피도 '인간을 위해 고안된(designed for humans)'이 채택되어 있는데, 이는 기술보다 사람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젠 스마트폰 경쟁이 단순한 성능대결 차원을 넘어 누가 이용자에게 보다 편리함과 감동을 제공하느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올해를 브랜드 경영의 원년으로 재차 선포하며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라는 캠페인 문구를 등장시켰다. '당신의 자동차 안에 당신의 빛나는 인생이 있다'라는 의미인데,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삶 그자체가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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