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주 은행 가산금리를 신용등급별로 비교해 공시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으나 바람직하다. 그는 "은행마다 시스템이 다르고 복잡해 비교공시가 쉽지는 않겠지만 신용등급별 평균 몇 %식으로 제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소비자는 가산금리를 고려한 자신의 대출금리가 얼마인지, 어느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한지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 권 원장은 "공시 시스템이 구축되면 소비자가 굳이 가산금리를 많이 붙이는 금융회사로 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은행연합회는 이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ㆍ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공시하고 있으나 신용등급별로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최저ㆍ최고 금리만을 보여주는 정도다. 소비자가 자신의 대출금리가 얼마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다. 권 원장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다면, 앞으로 금융 소비자들은 이 은행, 저 은행 기웃거릴 필요 없이 금융감독원 사이트 등에 자신의 신용정보를 입력하면 은행별 대출금리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대출금리는 개인의 신용등급 외에도 담보나 미래지불능력 등 금융 환경을 고려해 은행이 결정하는 것이라 시중은행은 권 원장의 발언에 대해 다소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물론 은행 별로 일목요연하게 대출 금리를 산출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은행의 일방적인 계산에 따라 대출금리가 정해지는 것은 소비자 권리를 크게 침해한 것인 만큼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사실 은행은 대출금리를 자의적으로 쥐락펴락하면서 예대마진을 늘려왔고, 이로 인해 금융약자인 소비자들은 이자폭탄에 허덕이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차제에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의 가산금리가 얼마인지, 자신의 대출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등에 대해 소비자들이 정확히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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