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늘었다고 합니다. 창업을 해야 소득도 생기고 일자리도 만들어지지요. 그렇다면 최근의 창업증가는 희소식일 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30일 중소기업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새로 생긴 법인 수가 3만8,102개라고 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7.5%나 늘어난 것이고, 더욱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랍니다.
창업은 경기가 좋을 때, 다시 말해 돈을 벌 기회가 많을 때 늘어나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극심한 내수침체 상황인데, 창업이 늘었다니 대체 어찌된 영문일 까요.
한마디로 말해 최근의 창업은 '실업형 창업'입니다. 이번 중소기업청 통계에서 ▦30세 미만(23.3%) ▦50대(23.2%) ▦60세 이상(22.0%)의 창업이 많이 늘어난 게 그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30대 미만, 즉 20대 창업이 왜 늘었을까요. 갑자기 젊은 이들의 기업가 정신, 도전의욕이 왕성해진 탓일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워낙 직장 들어가기가 어렵다 보니까, 취업 재수 3수를 해도 고배를 마시게 되니까, 결국 스스로 회사나 가게를 차린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실업이 청년창업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50~60대의 창업증가는 퇴직자들의 몸부림으로 보여집니다. 평균수명을 늘어나는데 회사를 그만두는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그렇다고 재취업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50~60대 퇴직자들이 직접 창업전선에 뛰어든 것이지요.
취업에 실패한 20대도 그렇고, 퇴직한 50~60대도 그렇고, 돈이 많아 창업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청년들은 부모님이 준 종잣돈으로, 은퇴자들은 퇴직금에 대출금까지 더해 회사가 가게를 차렸겠지요. 창업규모가 영세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1억원 이상 법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 증가에 그쳤지만, 1억원 미만 영세법인은 무려 18.9%나 급증했습니다. 번듯한 모양새가 아니라 그야말로 '입에 풀칠 하기 위한'영세창업이 훨씬 많았다는 소립니다. 더욱이 이런 영세형 창업은 성공확률도 낮기 마련이지요.
창업은 경제의 신진대사입니다. 하지만 이런 실업형 창업이 늘어난다는 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구조조정 물결에 휩싸인 우리 경제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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