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3인조 록 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가 데뷔 20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 8월 10~12일 인천 정서진에서 열리는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의 셋째 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1986년 결성 이래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며 영국의 사회적인 문제와 미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데 앞장 서온 좌파 밴드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이 그들에겐 첫 한국 방문. 밴드의 베이시스트 니키 와이어(43)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처음 한국에 가게 돼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며 "요즘 영국의 20대들이 좋아하는 K팝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영국 밴드들인 오아시스, 블러, 스웨이드에 비해 국내에서 지명도가 낮다. 데뷔 초 섹스 피스톨스, 클래시 등 펑크 록에 영향 받은 공격적인 사운드와 거친 이미지, 강경한 정치적 노선 때문이었다. 1991년 기타리스트였던 리치 에드워즈가 한 인터뷰에서 밴드의 진실함을 증명하기 위해 면도날을 꺼내 '4 REAL(진짜)'이라고 팔뚝에 그은 기행은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와이어는 "어릴 적 우린 가난한 광부와 공장 노동자의 아들들이었다"며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을 때 우린 음악이라는 치료제를 만났고 우리의 관심사였던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 철학적 진보성으로 음악을 만들어갔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밴드의 성향이 급변하게 된 것은 1995년 에드워즈가 갑자기 실종되면서부터였다. 알코올 중독과 정신질환에 시달리던 그는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자취를 감췄고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종적이 묘연하다. 와이어는 "리치가 없는데 음악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밴드를 해체할 생각도 했지만 리치의 부모가 반대해 지금까지 계속 활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밴드는 기타리스트보다 시인에 가까웠던 그가 남긴 가사를 모아 2009년 'Journal for Plague Lovers'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리치 에드워즈의 실종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밴드의 유명세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힘든 시간을 거친 뒤 남은 세 멤버는 "삶의 가치와 그것에 대한 감사함을 음악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대중과 좀 더 친밀하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에드워즈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와이어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수익금 중 4분의 1을 리치의 계좌로 보낸다"며 "우정이야말로 우리 음악의 원천이자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지난 20년간 총 10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데뷔 앨범 수록곡 'Motorcycle Emptiness'를 비롯해 'Everything Must Go' 'You Stole the Sun From My Heart' 등은 거친 록 사운드에 감상적인 브릿팝의 정서를 담은 대표적 히트곡들이다. 밴드는 8월 12일(현지시간) 열리는 런던올림픽 폐막식 축하 공연에 초청받았지만 이번 한국 공연과 일정이 겹쳐 거절했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한국 공연에 이어 계속 유럽을 돌며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와이어는 "앞으로 팬들은 물론 우리 자신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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