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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역사는 어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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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역사는 어려운 것

입력
2012.07.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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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토가 참 맛난 집이 있어 땀을 뻘뻘 흘리며 찾아왔거늘,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깨에 힘 잔뜩 들여 일행도 우르르 데려왔거늘, 난데없이 곱창 연기가 웬 말이냐고. 자고 나면 없어지고 자고 나면 생기는 게 이렇듯 홍대 앞 가게들이다.

커피가 괜찮아서, 옷이 입을 만해서, 커트 솜씨가 타고나서, 단골로 삼아야지 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주인과 인사를 트고 난 뒤 다시 찾았을 때 간판 내린 집이 어디 한둘이었어야 말이지. 그들은 그 안을 장식했던 커피잔이며 옷이며 파마 도구를 다 챙겨 어디로들 가버렸을까. 저마다 사정이 있었겠으나 터무니없이 올라버린 월세를 감당할 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을 거다.

돈을 벌었다면 대낮에 증축을 했겠지 야밤에 간판을 내렸겠냐고. 곱창이 대세면 곱창, 막걸리면 막걸리, 한집 걸러 고기 냄새, 술 냄새를 풍기더니 요즘의 대세는 커피인가보다. 한 집 건너 커피집인데다 그마저도 연예인을 내세워 대대적인 체인점 세우기에 혈안인 걸 보면서 원두만큼 남는 장사도 없다 싶은 게 나도 한번쯤 뛰어들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 옛날 할머니의 표현대로 돈 주고 먹으라고 해도 안 삼킬 이 쓴 물, 이 검은 물에 우리는 어쩌다 중독이 되었을까. 스페인에 갔을 때 줄줄이 이어져 있던 카페들을 기억한다. 모두가 작은 에스프레소 잔을 앞에 두고 깊은 대화 삼매경이었지. 물어보니 백 년도 더 된 카페들이 오히려 흔한 거라나. 불현듯 그곳에 가고 싶다 했을 때 그 자리에 있어주는 미덕, 아 돈 많으면 내가 부리고 싶다니까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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