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 관계로 대구를 다녀왔다. 그라운드의 온도계가 42도를 가리키는 뜨거운 날이었다. 한 인조 잔디의 열기로 체감 온도는 더 높아 단 10여분도 그라운드에 서있기 조차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SK 이만수 감독은 "대구 출신인 나는 견딜 수 있으나 선수들은 파김치가 됐다"면서 웃는다. 대구구장은 다이아몬드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방문 팀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더위와 함께 이중고를 치러야 한다. 다른 구단에게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계석엔 에어컨이 설치돼 있으나 정면에서 쏟아지는 햇빛 탓에 모든 스태프들은 온통 땀 범벅이 되기 일쑤다.
안타까움은 무엇보다 관중석이다. 시멘트 바닥의 열기, 플라스틱 의자의 반사열을 견디며 응원하는 팬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파울 타구가 찢어진 그물을 통과해 여성 팬의 얼굴을 강타하는 아찔한 순간들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이니까.
프로야구가 30년이 지났지만 대전구장과 대구구장, 목동구장은 인조 잔디구장이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보면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인조잔디 구장이 선수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구단 측에서도 잘 알고 있는 사안이다. 발목이나 무릎 관절에 부담이 커 늘 부상 위험이 따르고, 기량 향상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선수들은 구단의 가장 귀한 자산이다. 깊은 배려가 요구된다.
심판들의 고통은 더욱 심하다. 선수들은 공수 교대로 잠깐 휴식이 가능하지만 심판들은 경기 내내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 심판도, 선수도 모두 환경이 좋아야 능률이 오르는 법. 그래야만 고급스런 경기를 팬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다.
한가지 조언한다. 중복이 지났으나 당분간 폭염은 계속된다고 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조치로 주말 경기 시작을 현재 오후 5시에서 1시간 늦게 시작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운영의 묘'를 살리면 어떨까.
요즘 경기도 계속 3시간을 넘기고 있다. 심판들의 노력이 돋보이지만 경기 시간 단축은 각 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선수 보호 차원만이 아니다. 최근 관중 증가의 핵심은 여성 팬들과 방학 동안 부모와 함께 야구장을 찾는 어린이 팬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늦었지만 폭염이 계속 된다 하니 시간 조정이 이루어 지길 바란다. 많은 여성 팬들은 야구 규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함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지루하면 야구를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 경기500만 관중 돌파와 함께 더 많은 팬들을 불러 모으려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규약이나 대회 요강 등이 '만고불변'은 아니지 않는가.
한국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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