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인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당내 3대 계파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시민 전 공동대표 중심의 국민참여당계가 집단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내부에서는 "당내에서 혁신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집단 탈당을 통한 독자적인 정당 창당 주장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구민주노동당계(당원 수 4만8,000여명)와 진보신당 탈당파인 새진보통합연대(2,000여명), 국민참여당계(8,000여명)가 모여 창당한 통합진보당이 8개월 만에 분당이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참여당 출신 전ㆍ현직 간부 200여명은 29일 대전의 기독교봉사회관에서 긴급 모임을 가진 뒤 발표한 결의문에서 "이ㆍ김 의원 제명을 부결시킨 것은 역사에 죄를 지은 것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두 사람을 의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의 당으로선 야권연대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해 우린 당 안팎을 아우르는 다양한 모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강동원 의원은 "'이석기 사당화'가 된 것을 국민들이 다 아는 상황에서 내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유 전 대표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당 게시판을 통해 "당의 혁신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기득권을 지키려고 당의 자살까지 불사하는 세력과 싸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성공 가능성이 적다면) 당 안에서 혁신을 위해 투쟁할 필요가 없다"고 사실상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당적 유지에 따라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여러분(참여당 출신 당원)이 행동 방침에 뜻을 모으면 무엇이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일반 당원들의 탈당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참여계의 집단 탈당이 가시화하면 통합진보당은 분당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참여당계와 새진보통합연대, 구 민주노동당계 내의 신당권파가 탈당한 뒤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28일 신당권파 인사들도 모여 구당권파와 협력할 수도 없고 싸워서 이길 수도 없는 만큼 새로운 모색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청원 운동과 이ㆍ김 의원 제명에 반대한 김제남 의원에 대한 자진 사퇴 촉구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탈당을 통한 분당 및 재창당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지원을 담보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이들 3주체가 당에 잔류하면서 당내 또 다른 혁신 조직을 구성, 구당권파를 견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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