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는 고층빌딩이나 건축물이 많은 도심일수록 더 심한 걸로 아는데 중구가 열대야 지역이 아니라니 이상하지 않아요."
서울 중구 회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더워서 며칠째 밤잠을 설쳤지만 기상청 동네예보 정보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23~28일 서울 중랑구 등은 6일 내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에 시달렸지만 대표적 도심지역인 중구에서는 열대야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동네예보 서비스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본보가 확인한 결과 중구의 기온 등을 측정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곳은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이나 주거 밀집지역이 아닌 남산 기슭이었다. 폭염이 계속되는 날에도 좀처럼 열대야가 발생하기 힘든 지역이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기상청이 25일 낮 최고 기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측정한 서울 중랑구(34.3도)에 대해서도 "AWS 설치 장소가 초등학교 옥상이라 서울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공식 발표자료와 상반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4일 낮 최고기온이 39.8도까지 올라 '살인적 폭염지역'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경북 경산시 하양읍 역시 AWS가 설치된 장소가 부적절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이 권장하고 있는 관측표준화 기준에 따르면 관측장비 설치장소는 주변 건축물에 의해 기온이나 바람이 영향을 받지 않는 곳으로 72㎡의 잔디밭이 있어야 하고 이웃건물과는 해당건물의 높이 3배에 달하는 거리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한 기상 전문가는 이와 관련, "기상청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장소를 구하기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지열이나 주변 구조물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건물 옥상 등에 AWS를 설치해 운용하는 상황"이라며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상관측장비가 시민들의 생활권과 동떨어진 곳에 설치되거나 열기가 많은 콘크리트 바닥의 옥상이나 에어컨 실외기 주변에 설치된 경우도 있어 상당수 관측 데이터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동네예보 핵심근거가 되는 AWS 기상자료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일자 기상청은 지난 27일 "AWS 자료는 데이터 축적기간이 짧으니 참고용으로만 활용해 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기상청이 신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지역대표관측소 자료 역시 "동네예보 근거로 사용하기엔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측소인 종로구 송월동관측소 자료는 서울의 대표 관측자료로 활용될 뿐 아니라 종로구의 관측 자료로도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송월동관측소의 경우 잔디밭 기준이나 주변 건물과의 거리 규정이 오히려 종로와 같은 고층빌딩 밀집지역의 현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 기상청 관계자는 "송월동 측정 지역이 빌딩숲과는 거리가 멀어 현실적으로 도심지역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기상청은 현재 진행 중인 전국 AWS 장비 등에 대한 정밀점검을 마친 후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된 장비의 이전 계획 등을 수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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