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헤어진 뒤 서울 강서구에서 홀로 살고있는 김모(70)씨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방안에 물을 엎지르거나 휴지통을 뒤엎지만 자신이 한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치매증세 때문이다. 이런 일이 점차 잦아지고 증세도 심각해지지만 치매약을 복용하고 한 달에 9일(3시간씩) 정도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게 전부다. 장기요양보험대상자가 되면 거의 매일 싼 가격에 요양서비스와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지만 김씨는 장기요양보험 3등급 인정 점수(55~75점)를 충족하지 못해 매번 탈락한다. 김씨처럼 중증 치매증세가 있지만 등급외로 지정돼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는 3만 명. 하지만 앞으로 이들 대부분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다 많은 치매환자가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요양등급 판정 기준이 완화되고 치매증상 조기발견을 위해 국가건강검진 체계가 개선된다. 현재 53만 명 수준인 치매환자가 2025년에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장기요양보험 대상자 확대, 재가서비스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제2차 치매관리 종합계획(2013~2015)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우선 장기요양보험 3등급 인정 점수의 하한을 53점 이하로 낮춰 보험 대상자(2012년 기준 14만9,000명)를 2015년까지 5만 명 더 늘릴 계획이다. 3등급은 일상생활에서 부분적인 도움이 필요, 보조기구를 이용해 거동이 가능한 상태로 전체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3등급으로 인정되면 방문요양서비스나 주ㆍ야간 보호기관을 이용할 때 전체 금액의 15%만 부담하면 된다.
대상자 판정 기준도 확대된다. 현재는 거동불편 정도 등 신체기능을 중심으로 치매 환자를 평가하지만 앞으로는 기억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 항목의 평가비중이 확대된다. 치매를 초기 단계에 발견,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국가건강검진(66, 70, 74세 대상) 검사 문항을 현행 5문항에서 19문항으로 확대하고 치매 고위험군은 주기적으로 집중 관리를 받게 된다. 치매발생 사전예방 수단으로 노인들의 운동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건강마일리지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운동시간을 적립해 이를 점수로 환산, 일정 점수 이상 획득하면 건강용품을 지급하는 제도다. 복지부에 따르면 치매 초기 단계부터 약물치료를 하면 5년 뒤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비율이 55% 감소하고 연간 5,174억원의 요양비용이 절감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8년 발표한 1차 치매종합대책이 치매 치료ㆍ관리의 기본틀을 마련했다면 이번 대책은 효과적 치료ㆍ관리를 위한 인프라와 가족의 부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 확충에 치중했다" 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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