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가 중국에서 구금됐던 기간에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이 김씨 주변 인사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으나 정작 김씨는 고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가 직접 나서지 않는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5일 기자회견 당시에도 중국 측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고문을 당한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김씨는 고문 애기를 일부 지인들에게만 털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지인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서 전기봉을 사용한 전기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을 김씨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이 중국 당국에 붙잡혔던 유재길씨도 "누워서 자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증언을 종합해 보면 김씨가 전기고문 등을 당했을 개연성은 충분한데도 지인들이 고문 사실을 대신 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김씨가 풀려나 귀국하는 조건으로 '중국에서 당한 고문 행위를 발설하지 않겠다'고 중국 당국과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 다음으로는 김씨가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인권운동가들의 안전 등을 생각해 고문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씨의 측근은 "김씨가 고문 사실을 밝히면 중국 당국이 북한 인권운동가들을 체포하겠다고 협박할 수도 있으므로 김씨가 이들의 신변 등을 고려해 침묵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고문 행위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국 인권 문제로 시선이 집중되면서 북한 인권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김씨가 침묵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씨도 25일 기자회견에서 "고문 행위 등에 대해서는 다음에 밝히겠다. 북한 인권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씨가 붙잡힌 지 3개월이 지난 상태여서 고문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문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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