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기업들 글로벌 성공 이끈 '얼굴 알리기'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리벨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2012 런던 올림픽’개막식에는 ‘깜짝쇼’가 숨어 있었다. 인터넷으로 시작된 인류의 새로운 소통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무대에 선 수십 명의 연기자들이 각자 손에 든 스마트기기를 들어올렸다. 바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였다. 마틴 그린 런던올림픽사무국 개막식 총괄은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는 전 세계인들의 폭 넓은 소통을 도와주는 스마트 기기로 개막식의 가장 특별한 부분을 장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유일의 올림픽 공식 후원사(모바일 분야). 만약 삼성전자가 아닌 애플이 올림픽 스폰서였다면, 수십억 인구가 지켜본 이 장면에서 아마도 갤럭시 대신 아이폰이 등장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오늘날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까지 이건희 회장이 내린 가장 탁월한 결정은 바로 올림픽 후원사가 되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이 올림픽 공식후원사가 된 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다. 그 이전까지 삼성은 다른 한국산이 그렇듯 ‘아시아의 값싼 제품’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글로벌화를 꿈꾸고 있던 1990년대 삼성은 미국에서 ‘블라인드 테스팅’을 실시했다. 소니와 삼성전자 TV 2대를 놓고, 브랜드를 가린 채 소비자들에게 좋은 화질을 선택해달라고 한 것. 뜻밖에도 소비자들의 선택은 반반이었다. 하지만 브랜드를 노출시킨 뒤 소비자들의 의향을 물은 결과, 거의 100% 소니를 선택했다. 삼성 관계자는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때부터 삼성브랜드의 글로벌화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가장 강력한 마케팅방법으로 올림픽 후원사에 도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1999년에 31억달러로 100위권 밖이었다. 하지만 2001년 42위로 뛰어오른 뒤 2005년에는 20위, 2011년에는 17위로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브랜드가치는 234억3,000만 달러로 12년 사이 무려 7배나 증가, 애플 구글 아마존 등과 함께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 현대차 역시 불과 5~6년 전만해도 ‘싸구려’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시장진출역사는 오래지만, 그저 한국교포나 구매력 낮은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나 타는 차로 각인되고 있었다.
현대차는 ‘불황’을 적극 공략했다. 2008년 리먼사태가 터지자 미국 소비자를 상대로 ‘구매 후 1년 안에 실직하면 전액 환불해준다’는 기발한 마케팅을 실시한 것.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소비자들이 한번 현대차를 타기만 한다면 반드시 다음 번에도 현대차를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후부터 현대차는 ‘제값 받기’에 주력했다. 한편으론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연중 최대 스포츠게임인 슈퍼볼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05년 브랜드가치(인터브랜드 조사) 35억 달러로 84위였던 현대차는 2011년에는 60억 달러로 61위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브랜드가치의 성장세가 가장 빠른 곳이 바로 현대차”라고 말했다.
런던올림픽 직전 끝난 브리티시오픈(디 오픈) 골프대회는 4대 메이저 골프대회의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역사 깊은 골프토너먼트다. 이 대회는 7개의 공식 후원사가 있는데 롤렉스(시계), 메르세데스 벤츠(자동차), HSBC(금융), 니콘(카메라), 마스터카드(신용카드), 랄프로렌(의류), 그리고 우리나라의 두산이다. 두산을 빼면 모두 골프애호가인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고가의 소비재 브랜드들이다.
골프와 연관성도 없고, 더구나 소비재를 파는 기업이 아닌데도 두산이 3년째 브리티시오픈을 후원하는 이유는 딱 하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두산 관계자는 “소비재든 생산재든 브랜드가치의 중요성은 마찬가지다. 중장비와 플랜드 등에서 세계적으로 발돋움하는 두산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브리티시오픈 후원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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