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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휴식이 필요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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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휴식이 필요한 사회

입력
2012.07.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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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현재 여름 휴가 중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휴가를 즐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예정된 휴가기간은 3주다.

총리와 재무장관이 휴가 길에 오를 즈음, 마냥 좋은 줄만 알았던 독일 경제에 경고음이 울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독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지방정부와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조정한 것이다. 무디스가 하필 그때 등급 전망을 강등해, 독일 경제를 책임지는 두 사람은 마음이 불편했을 게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와 재무장관이 예년처럼 장기간의 휴가 길에 오른 것을 보면서, 그렇게 바쁘다는 정치 지도자가 저만큼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독일의 문화가 낯설면서도 부러웠다.

휴식은 노동과 한 묶음이다. 노동을 했으면 충분히 쉬어야 하고 그래야 일을 더 잘할 수 있다. 노동과 휴식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것인데 그 조화라는 게 실은 딱히 정해진 것이 아니다. 대체로 노동과 휴식에 관한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소득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노동시간이 긴 나라의 대표다. 2만달러 정도의 소득을 올리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이면서도 여전히 세계 최장 노동 국가다. 잘 사는 나라보다도, 못 사는 나라보다도 일을 많이 한다. 6월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컨퍼런스에서 구글의 디렉터 존 래거링이 "한국 사람은 주말도 반납할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고 했는데 주말까지 반납하고 일하는 한국인을 특이하게 보는 사람은 그 말고도 많을 것이다.

한국 국민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그것이 짧은 시간에 경제력을 키우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시간 노동이 결과적으로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떨어뜨리고 삶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

지나친 노동의 위험을 2년 전 의 저자 황대권씨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전남 영광군 태청산 기슭에 생태공동체를 조성하고 있던 그는 돌 산을 농토로 바꾸고 농사를 짓고 마을 건물을 짓느라 정신 없이 일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잠시 쉬었다 또 일하고 밥 먹고 또 일하고 그러다가 밤이 오면 곯아떨어지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그는 그때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스스로 일 기계가 되는 듯 했으며 생활이 황폐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지나친 노동의 위험을 체험한 그는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하며 지내겠다는 생각에 노동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줄였다고 했다. 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부질 없는 근심과 필요 이상으로 힘든 노동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따보지 못하고 있다"며 지나친 노동을 안타까워한 적이 있다.

한국에도 근로조건이 세계 어디보다 좋은 기업이 적지 않다. 비교적 충분한 휴식 시간을 제공하고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경제적으로 보상하는 기업도 많다. 대학교수를 포함해 정기적으로 안식년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노동시간 혹은 휴식시간의 불균형이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에게 휴식이란 단어는 여전히 낯설다. '연중무휴'라고 적은 허름한 식당에서 일에 지친 아주머니들이 힘 없이 음식을 만들어 나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연중무휴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일을 많이 해도 소득이 낮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 둘 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일이 있는 게 어디냐며 묵살하는 태도는 노동시간의 불평등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 무더운 날,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충분히 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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