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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무분규에 화답… "환갑까지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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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무분규에 화답… "환갑까지 다니세요"

입력
2012.07.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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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은 월급 많이 주는 회사가 아니다. 복리후생이 좋은 회사도 아니다. 요즘 샐러리맨들이 가장 원하는 곳은 '오래 다닐 수 있는'직장이다. 평균수명을 80세를 넘기고 있는데 쉰 언저리에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지금 세태에서, 환갑까지 다닐 수 있다면 과연 그보다 좋은 직장이 또 있을까.

실질 퇴직연령이 갈수록 짧아지는 요즘 오히려 정년연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노조가 분규 없이 협력에 나서자, 사측이 정년을 늘려주는 선물을 주고 있는 것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 27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여 기존 58세였던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데 최종 합의했다. 다만 늘어난 2년 동안 임금인상은 없으며 첫 1년(59세)은 종전 임금을 그대로 받고, 다음 1년(60세)은 80%의 임금을 받는 일종의 '임금피크제'를 적용키로 했다.

현재 조선경기가 부진함에도 사측이 정년연장에 나선 것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평화적 교섭에 임했기 때문. 대우조선노사는 지난 5월 첫 상견례 이후 80일만에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198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가장 극렬한 노사분규를 겪어 극한파업의 후유증을 체험한 이 회사 노사는 이후 22년 연속 무분규 타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재호 사장은 "회사발전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준 노조에 감사한다. 회사도 정년연장을 통해 직원들의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도 지난 17일 만 58세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본인이 정년연장을 선택할 경우 59세에는 직전 임금의 60~90%, 60세에는 50~80%를 받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8년 연속 무분규 타결기록이 말해주듯 노사평화가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노사도 지난해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늘렸는데,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을 통해 사실상 60세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유통업계 최초로 정년을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임금피크제를 배제, 종전 임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동안 기업들은 고임금부담과 생산성저하 등을 이유로 정년연장에 거부감을 보여 왔다. 일자리가 제한된 상황에서 정년을 늘리면 신규채용이 어려워져 '아들의 일자리를 아버지가 빼앗는다'는 세대간 갈등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해 기업인사담당자와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의 54.4%와 취업 준비생의 66.4%가 "정년연장 등이 채용과 취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작년 6월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됐던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 추진도 결국 재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이 과감히 정년연장을 선택하게 된 건, 노사안정의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정년연장카드를 주고 받음으로써 노조는 실리를 얻고, 사측은 무분규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김기호 선임연구원은 "고령 직원들을 계속 고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반드시 불리한 건 아니다. 오히려 숙련도 높고 경험 많은 50~60대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젊은 직원들에 대한 교육비용을 절감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정년연장은 하나의 추세여서, 일본은 최근 65세 정년을 법제화하기로 했으며 중국도 65세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정년연장 공약이 잇따를 전망. 앞으로 정년을 늘리는 기업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다만 법제화를 통해 모든 기업에 정년연장을 강제하기 보다는, 개별기업이 사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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