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이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최대 분수령을 맞는다. 전문가들은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이날부터 시작되는 특허침해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양사 중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은 전 세계 9개국에서 진행중이지만, 미국이 각별히 주목 받는 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기 때문. 패할 경우 천문학적 손실이 예상된다. 애플은 현재 삼성전자에 총 25억2,500만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애플에 대해 기기당 2.4%의 로열티를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지난 2분기 2,6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애플은 3억7,500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애플은 이용자사용환경(UI) 등이 포함된 4가지 디자인 특허 등을 삼성전자가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통신기술 특허 2가지와 소프트웨어 기술 특허 3가지를 애플에게 침해 당했다며 맞선 상태다.
앞서 진행된 가처분소송만 보면 애플이 다소 유리해 보인다. 애플은 같은 재판부로부터 삼성전자의 태블릿PC인 ‘갤럭시탭10.1’과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의 판매금지 가처분 명령을 이끌어 냈다. 장소가 애플의 텃밭이고, 배심원들 역시 미국인들인 터라, 아무래도 애플이 유리한 구석이 많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같은 사건인데도 유럽에선 삼성전자가 승리한 사례가 많다.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과 뮌헨 법원은 ‘갤럭시탭 10.1N’과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애플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고 영국 법원도 이달 초 갤럭시탭이 애플을 베끼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을 담당하는 루시 고 판사 역시 ‘가처분과 본안은 별개’라는 뜻을 밝힌 상태라, 삼성전자의 역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판결결과에 대해 예측불허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독일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뮬러도 최근 인터뷰에서 “재판의 핵심은 혁신과 베끼기 간 경계를 어떻게 정하느냐이지만 현재로선 아무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양 사 모두에게 특허 침해를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판결 또한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최종 판결은 배심원 평결과 그에 따른 루시 고 담당판사의 결정을 거치게 되는데, 장기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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