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부터 참치캔까지 가공식품 가격의 들썩임이 예사롭지 않다. 가격 상승 품목 수도 많은 데다, 상승 폭도 만만찮아 자칫 그 동안의 물가안정 기조까지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삼양식품은 8월부터 삼양라면을 개당 700원에서 770원으로 10% 올리는 등 6개 품목의 권장소비자가격을 5~10% 인상한다. 롯데마트와 GS수퍼마켓은 동원F&B의 요구에 따라 최근 동원참치캔 가격을 이미 8.5~9% 인상해 팔고 있다. 이밖에 하이트진로가 어제부터 하이트 등 맥주 전 제품 출고가를 5.93% 인상했고, CJ제일제당의 햇반과 풀무원 두부 등도 줄줄이 인상이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공식품의 전반적 가격 상승은 국제 원자재 및 곡물가격 상승으로 정부의 비공식 ‘가격 지도’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제 밀 가격만 해도 최근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우려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한 달 새 40% 이상 폭등했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동원F&B의 경우 참치캔 원료인 가다랑어 국제가격 상승 등으로 2분기 참치 부문이 적자로 돌아섰고, 하이트진로 역시 국제 맥아 및 알루미늄 가격의 지속 상승에 따라 1분기부터 영업손실을 냈다고 한다.
3월 이래 국내 소비자물가는 2%대 상승률에 머물 정도로 안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가계가 실제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진작부터 지표물가를 비웃듯이 크게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만 해도 우유가 10% 가까이 오르고, 파와 상추 등 신선식품도 50% 이상 급등하며 가계를 압박했다. 공공요금도 잇따라 인상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대중교통요금이 지난 2월 15% 이상 전격 인상된 데 이어, 지난달엔 지역난방요금이 평균 6.5% 올랐다. 전기료도 조만간 5% 이상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줄 잇는 ‘밥상물가’의 상승은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불황으로 가뜩이나 벌이가 위축된 서민가계에 이중고(二重苦)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가격 상승의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부담을 적절히 분산시키는 당국의 미세조정 노력이 절실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