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예정됐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총파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사실상 파업 철회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실패로 이해당사자인 국민ㆍ우리은행이 파업에서 발을 빼기로 한데다, 사측과 특별단협에 전격 합의한 NH농협은행이 파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파업을 하루 앞둔 29일 “긴급 대표자 회의를 열고 파업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노조가 총파업 연기를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노조활동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 즉, 총파업에 나서게 된 4대 핵심 사안 중 ▦고용 안정 등을 담은 농협 노사의 특별단협 체결 ▦메가뱅크(우리금융 민영화) 저지 ▦산업은행 민영화 저지 등 3가지가 해결됐다는 게 금융노조 측의 설명이다. 단, 금융노조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20만 대학생 무이자 학자금 지원 등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한 은행 사용자 측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언제든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노조의 총파업 연기 결정은 주요 은행들이 모두 파업에 불참키로 한데 따른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파업을 강행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KB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포기로 파업의 정당성(메가뱅크 설립 저지)을 잃었다”며 정상영업 방침을 세웠고, 농협은행마저 파업에 불참키로 결정하면서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총파업 현안과 거리가 멀었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애초부터 점포 문을 열 계획이었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농협은행 노조의 조합원 수가 전체 조합원(10만명)의 65.7%(6만5,700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파업에서 발을 빼면서 5만명 동원을 목표로 한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사실상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아울러 메가뱅크 등 정치 이슈를 지렛대 삼아 임금인상 등 ‘밥그릇’ 현안까지 쟁점화하다가 자칫 금융권의 탐욕으로 논란이 옮겨 붙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의 파업 목표에는 관치금융 반대 외에도 노동시간 단축과 정년 2년 연장, 임금 7% 이상 인상 등이 포함돼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나쁘고 은행에 대한 여론도 안 좋은 상황에서 임금인상 등을 내걸고 파업을 강행하면 탐욕 논란으로 욕을 먹을 게 뻔하고 결국엔 고객들한테 신뢰만 잃을 것 같아 서로 눈치를 보다가 파업을 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