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이 열린 28일(한국시간) 오후 영국 그리니치파크의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
진종오(33ㆍKT)는 2위에 2점차 앞선 채 결선 사로에 섰다. 여유가 넘쳤다. 금메달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지금까지 올림픽 10m 공기권총 은메달은 한 번 손에 넣었지만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가슴이 방망이질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사격에서 흥분은 자살행위와 마찬가지. 진종오는 이내 두 세 차례 심호흡으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첫발을 쏘라는 신호가 떨어지자 온 신경을 사로에 집중했다.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전광판에 나타난 표적지는 10.6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진종오는 이후 2~5차 시기까지 10점대를 유지하며 '언터처블' 기세를 이어갔다. 2위와의 격차는 4.4점. '이만하면 금메달'이라고 생각한 순간 위기가 고개를 내밀었다. 6차시기에서 9.3점으로 주저앉더니 7차시기에선 9.0을 기록하자 경기장에서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진종오는 8,9차시기도 각각 9.4점, 9.7점으로 내려앉았다. 그 동안 벌어놓은 점수를 다 까먹었다. 여전히 1.3점차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남은 한발에서 순위가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 눈을 감았다. 10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누빈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올킬'(All Kill) 두 단어만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방아쇠를 당겼다. 10.8점이었다. 응원석에서 "만세"라는 한국말이 터져 나왔다. 김선일 코치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처음 '진짜 총'을 잡았을 때가 1995년 고교 1학년(강원사대부고)때였다. 아버지의 친구분이 평소 총 모형 조립을 즐기던 자신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사격을 권유한 게 계기가 됐다.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몰입력이 남다른 진종오에게 사격은 천생연분이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진종오는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처녀 출전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로 신고식을 한 뒤 4년 후 베이징에선 50m 금메달, 10m 은메달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세 번째 출전한 런던올림픽 10m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진종오는 이로써 3연속 올림픽 메달(금2ㆍ은2)이라는 새로운 한국 사격역사를 썼다.
진종오는 3개월 후면 아버지가 된다. 아이의 태명을 아내 권미리씨의 '리'와 자신의 이름 '오'를 따 '리오'로 정했다. 2016년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루의 약어다. 진종오는 "기회가 오면 다음 올림픽에도 나서겠다"라며 2연패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하지만 진종오는 "홀로 사로에 서면 앞이 캄캄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잘 참아준 주위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변경수(54ㆍ창원시청) 감독은 "런던에 오기 전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할 때 종오가 발걸음 소리에까지 짜증을 낼 만큼 예민해 있었다"고 말했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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