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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도박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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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도박 권하는(?) 사회

입력
2012.07.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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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싱가포르 카지노규제위원회가 강원랜드를 찾았다.'선배'에게서 도박중독 예방프로그램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싱가포르는 2010년 대규모 복합리조트 2곳(마리나베이 샌즈와 월드센토사)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대형 카지노를 열었다. 명분이야 어느 나라든 같다. 싱가포르 역시 외국자본 투자유치와 고용확대, 세수증대다. 도덕성과 규제가 엄하기로 소문난 나라답게 싱가포르 정부는 규제와 안전장치로 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 싱가포르는 외국인과 달리 자국민에게는 하루 9만원의 입장료를 내게 했다. 강원랜드의 18배다. 카지노 출입에 부담을 주면, 중독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워낙 정보통제가 강해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과 2년 만에 파산, 감금, 가정폭력, 가족해체, 신분위조 등 카지노중독 범죄가 급증했다. 실제로 새벽에 리조트 주변을 돌아보면 가산을 탕진하고 노숙자가 된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 입장료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싱가포르는 결국 내국인의 출입 횟수를 제한하고, 소위'단골'들은 세무조사까지 벌이기로 한 모양이다. 이런 싱가포르의 모습을 고발하면서 한 신문은 "카지노를 연다는 것은 이미 벌레가 가득한 캔을 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도박의 폐해에 관한 한 어느 나라, 어느 국민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도박공화국'으로까지 불릴 만큼 온갖 사행산업이 활개를 치고 있으며, 성인의 6.1%가 도박중독에 빠져있다.

■ 이런 마당에 정부가 선상카지노를 허용하고, 카지노 핵심인 경제자유구역 내 복합리조트 건설도 투자자에게 유리한 사전심사제로 바꾸려고 한다. 내국인 출입도 허용할 움직임이다. 내수활성화와 해외자본 투자유치를 위해서란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지식경제부는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을 얼른 꺼내놓았고, 특혜논란과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해 오던 문화관광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출입자의 99%가 내국인인 강원랜드의 폐해를 보고도,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꼴이 MB정부답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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