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는 첫 여성학군단 후보생인 김세나(22ㆍ경찰행정학과 3학년)씨가 지난달 25일부터 4주 동안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실시된 '2012 하계입영훈련' 종합평가에서 수석을 차지했다고 29일 밝혔다. 훈련에는 전국 110개 대학 남녀 후보생 5,031명이 참여했다. 김씨는 "힘들었던 과정을 끝내고 꿈에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아 기쁘다"며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성 후보생이 수석을 차지한 예가 이례적이긴 하지만 김씨가 주목 받은 데엔 좀 색다른 이유가 있다. 2009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근육이 녹는다는'횡문근융해증'진단을 받고 자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군인의 길을 걷기 위해 사관학교에 들어갔지만, 불의의 사고로 꿈을 잠시 접어야 해다"며 "그 대안으로 경찰이 되기 위해 이듬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로 만족할 수 없어 두리번거리던 김씨는 여성학군단 창립 소식을 접했고, 제일 먼저 지원해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학군단 52기로 입단했다. 69명의 학군단 중 여성은 김씨를 포함해 단 4명. 그는 "여군이 아닌 군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여성이라서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힘들게 얻은 기회였던 만큼 매사에 절박한 마음으로 임했더니 수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군인의 길을 포기해야만 할 정도로 심각했던 다리 부상이었지만 기초 군사 훈련을 거치는 동안 저절로 완쾌했다.
엄청난 체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이번 하계 군사훈련도 김씨에게는 '진짜 군인'이 되는 즐거운 통과의례였다. 그는 "사격, 행군, 각개전투 등 모든 과정이 힘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며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는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졸업 후 직업 군인의 길을 걷게 될 김씨의 목표는 "다방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멋진 장교"가 되는 것. 그는 "멋진 군인이 되기 위해서는 군사 지식과 체력을 두루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훌륭한 인간이 돼야 한다"며 "인간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남은 대학시절에 독서와 여행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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