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의 절치부심이 물거품이 됐다.
'땅콩 검객' 남현희(31ㆍ성남시청)는 이번 런던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수 차례 되새기며 칼을 갈았지만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현희는 29일(한국시간) 런던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여자 펜싱 플뢰레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의 강호 엘리사 디 프란시스카(30)에게 연장 접전 끝에 10-11로 졌다.
8강전에서 일본의 이케하타 가나에를 15-6으로 완파한 그는 준결승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남현희는 마지막 3세트 1분6초를 남기고 9-5까지 달아나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26초를 남기고 10-10 동점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남현희와 디 프란시스카는 거의 동시에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디 프란시스카의 공격 성공이 인정됐다. 이어 서든데스로 진행된 연장전에서 남현희는 8초 만에 디 프란시스카에게 득점을 허용,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남현희에게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의 악몽이 떠오르는 통한의 26초였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발렌티나 베잘리(38ㆍ이탈리아)가 준결승에서 동료 아리아나 에리고(24)에게 패했기 때문에 결승에만 올랐다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았다.
남현희는 지난 대회 결승에서 베잘리에게 경기 종료 4초를 남기고 패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는 '두 번은 울지 않겠다'는 각오로 4년 동안 지옥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155㎝의 작은 신장을 극복하기 위해 주특기인 팡트(깊게 찌르기)를 하루 1,000번 이상 반복했다. 지난 11월 사이클 국가대표 공효석(26)과 결혼했지만 달콤한 신혼 생활까지 포기하면서 훈련에만 매진했다.
남현희는 이어 3, 4위전에서 만난 베잘리에게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남현희는 베잘리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경기 종료 22초를 남겨놓고 12-8로 앞서며 4년 만의 설욕전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조금만 버티면 되는 남현희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고 막판 공세를 퍼부은 베잘리는 4점을 내리 따내며 경기 종료 1초 전 12-12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서든데스로 진행된 연장전에서 남현희는 47초 만에 베잘리의 반격에 몸이 찔리면서 믿기지 않은 패배를 당했다. 두 경기 모두 뒷심 부족으로 역전패했다.
경기 후 남현희는 충격에 빠진 듯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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