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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원인 규명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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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원인 규명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

입력
2012.07.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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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아들아! 엄마 어떻게 살지? 왜 이렇게 맨날 울게 만들어."

지난 해 7월 27일 시간당 70㎜의 폭우로 무너져 내린 서울 서초구 우면산 기슭은 꼭 1년만인 27일 돌로 지은 배수로로 복구돼 있었다. 하지만 산사태로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들은 아물지 않은 상처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이날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기슭의 공터에서 열린 우면산 산사태 희생자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집에서 잠을 자던 도중 토사가 덮쳐 목숨을 잃은 고 박준규(당시 24세)씨의 어머니 송복순(52)씨는 아들의 위패를 붙잡고 오열했다. 16명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통곡했다. 헌화하는 꽃들이 눈물처럼 뿌려졌다.

유가족 대표인 임방춘(65)씨는 "우면산 산사태 원인 조사 보고서는 사건 당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점을 부각시키고 서초구청도 자연재해로만 몰아 공무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사고 원인 규명을 놓고 한탄했다.

같은 시간 강원 춘천시 천전리도 눈물에 젖었다. 상천초교에 봉사활동을 온 인하대 학생 10명 등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전리 산사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제가 윗샘밭 시내버스 종점 인근의 사고 현장에서 열렸다.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鎭魂舞)와 인하대 선후배들의 추모노래에 이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인하대 발명동아리 '아이디어 뱅크' 소속 학생들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되자 추모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유가족 대부분은 1년 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고 김유신(당시 19세ㆍ인하대 신소재공학부)군의 어머니 민은순(54)씨는 "비가 내릴 때면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악몽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신경정신과 치료도 받은 그는 "유신이 또래의 건장한 청년들을 볼 때면 가슴이 찢어져 견딜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 대표 이승원(47)씨는 "오늘만은 울지 않으려 했지만 아이들이 흙더미 속에 갇혀 힘겨워 했을 1년 전 그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며 "불법ㆍ부실 건축물로 인해 1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지금까지 한마디 사과도 없는 펜션 업주와 춘천시장만은 용서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1년이 지나도록 유가족들의 아픔이 덜어지지 않는 것은 이렇듯 사고 원인이 속 시원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전리 산사태 유족 17명은 이날 "이광준 춘천시장이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거부하고 행정적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등 유족들에게 모멸감을 줬다"며 이 시장을 상대로 8,500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들은 "이 시장이 지폐 최소단위인 1,000원짜리 소송을 할 정도의 가치도 없다고 판단해 상징적인 의미로 유족당 500원씩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을 비롯한 춘천시 관계자는 유가족들의 반대로 한 명도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임방춘씨도 천재(天災)로 결론이 난 서울시의 우면산 산사태 원인 조사 보고서와 관련, "서울시와 서초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면 감사원, 국가권익위원회 등 국가 기관과 지역구 국회의원과 접촉해 원인규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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