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전쟁 정전협정 체결 59주년을 기념하는 열기가 이례적으로 미국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올해에도 예년과 다름 없이 판문점 행사로 조용하게 넘어간 국내와는 대조적이다.
미 국방부와 국방부 산하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알링턴국립묘지에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정전협정 체결 기념행사를 열었다. 정전 기념식이 미 정부 주관으로 열린 건 처음이다.
'잊혀지지 않는 영웅들(Heroes Remembered)'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 레이 러후드 교통장관, 제임스 윈펠드 합참 부의장 등 미 정부와 군의 고위 인사들, 덴마크와 에티오피아 등 참전 16개국의 외교 사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최영진 주미대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패네타 장관은 "준비되지 않은 참전이었지만 우리는 전쟁을 잘 치러냈다"고 평가했다. 최 대사는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참전용사의 희생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날 한국전 정전 기념일 포고문을 통해 "정전 59주년을 맞아 한국전에 참전한 모든 이들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참전용사들의) 정신적 유산은 자유와 번영의 국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동맹인 한국에도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25일 주미대사관이 의회에서 주최한 정전 59주년 리셉션에도 도널드 만줄로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찰스 랭글 등 참전 의원, 에드 로이스, 댄 버튼, 게리 코널리 등 코리아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내년에는 미국 내 열기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올해ㆍ내년을 '한국전 참전용사의 해'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미 의회 상임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올해도 판문점에서 중립국감독위원회 주최로 조촐한 기념식이 열렸다. 중감위 스위스ㆍ스웨덴 대표인 우르스 게르브르 소장, 안덜스 그랜스타드 소장과 브라이언 비숍 유엔사 부참모장,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국방부 임관빈 정책실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의사로 체결된 게 아닌 정전협정을 크게 기념해야 할지는 합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우리는 전쟁 당사국이어서 전쟁 발발을 중시하는 반면, 6ㆍ25전쟁을 승전으로 여기는 참전국들은 전쟁이 끝난 시점을 기념하는 전통이 있어 이런 온도 차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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