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의 청신호인가, 단지 김정은의 개인적인 스타일인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퍼스트레이디 리설주가 동행하는 모습이 잇따라 북한 매체에 소개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리설주가 26일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전승절(7월 27일) 59돌을 경축하는 조선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을 김 1위원장과 함께 관람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북한이 공개행사에서 리설주를 소개한 것은 25일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이어 두 번째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식 행사에 부인을 대동한 적이 없다.
최근 북한의 파격적 풍경에 대해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상징하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뒤에 숨어 명령과 지시로 일관하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신비주의 통치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 앞에 거리낌 없이 나서며 정책 추진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1위원장이 부인과 함께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것에 대해 북한의 상당수 젊은이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결혼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던 부인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주민들을 향한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기득권층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사전조치"라고 해석했다.
퍼스트레이디 리설주가 북한의 정책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리설주의 등장은 김정은 가족의 화목함을 과시해 주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려는 의도"라며 "김정은이 강조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영부인의 역할을 강화할 경우 북한의 개혁·개방 추진 속도는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분위기가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김정은과 리설주 모두 해외 유학파로서 북한에서는 새로운 인간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스스로 개혁·개방 조치를 주도하기에는 역량과 의지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26일 국회 보고에서 "김 1위원장의 경우 연륜이 짧은데다 북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방향을 틀더라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이 공식 행사에 리설주를 대동하는 것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볼 수도 있다"며 "북한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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