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5시) 런던 북동부 리 밸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런던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장장 5시간 가까이 펼쳐졌다.
영국 국가수반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인도를 받으며 올림픽스타디움에 입장하는 것으로 개막식은 시작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등장할 때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Union Jack)’이 게양되고, 영국 국가인 ‘신이시여 여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Queen)’가 연주됐다.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를 필두로 204개국 1만500여 참가선수가 스타디움에 들어섰다. 100여명의 한국선수단은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와 쿠웨이트 사이에 100번째로 트랙을 밟았다. 건국하던 해인 1948년 런던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래 64년 만에 다시 입성한 것이다. 태극기를 든 기수(旗手)는 최장신(203㎝) 한국 대표선수인 윤경신이 맡았다. 북한은 한국보다 앞선 53번째로 입장했다. 미국은 여자 펜싱 스타 마리엘 자구니스가 기수를 맡았고, 자메이카는 우사인 볼트가 선수단을 이끌었다. 개최국 영국은 홈팬들의 뜨거운 연호 속에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선수 입장에만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이어 70일간 8,000여명의 주자를 거쳐 1만5,000㎞를 달려 온 성화가 점화되자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8만여 관중의 박수와 함성이 메인 스타디움에 울려 퍼졌다. 여왕의 개회 선언 후 올림픽기가 게양되고, 올림픽가(歌)가 연주됐다.‘스포츠맨십과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수와 심판 지도자 선서도 낭독됐다.
공식 개막행사가 끝나자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LOCOG)가 2,700만 파운드(약 488억원)를 투입하고 1만5,000여명이 동원된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이란 주제의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3시간 동안 3막으로 진행된 문화행사는 한여름 밤에 빛과 어둠이 어우러진 한편의 대서사시였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만든 거장 대니 보일 감독이 지휘를 맡아 영국의 근ㆍ현대사와 오늘의 현실, 미래의 희망을 노래했다.
인공비가 뿌려지는 가운데 스타디움은 강물과 푸른 벌판으로 변신했고, 양 70마리와 말 12마리, 닭 10마리 등 동물도 등장했다. 007영화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대니얼 크레이그가 버킹엄궁을 방문해 여왕에게서 ‘성공적인 올림픽 개막 임무’를 받는 미니 영화 ‘도착(The Arrival)’도 상영됐다. 피날레는 비틀스 출신 폴 매카트니가 히트곡 ‘헤이 주드(Hey Jude)’를 선창하고, 관중들이 따라 부르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개막식에는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등 역대 최다인 120여개국의 정상급 대표들이 참석해 70억 인류의 축제 개막을 축하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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