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심장부인 영국 런던에서 ‘도망자’ 와 ‘추격자’의 피 말리는 레이스를 다룬 다이내믹한 영화 시리즈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자유형 400m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23ㆍSK텔레콤)이 2연패를 꿈꾸는 도망자 역할을 맡았고, 떠오르는 신예 쑨양(21ㆍ중국)이 추격자로 캐스팅됐다. 지금껏 두 차례 맞대결에서 박태환이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자유형 400m를 시작으로 200m, 1,500m에서 연속으로 맞붙는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라 세기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런던 아쿠아틱 센터에서 시작되는 2012 런던 올림픽 자유형 400m는 박태환과 쑨양의 2파전이다. 둘은 월등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금ㆍ은을 나눠 가질 전망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챔피언 박태환은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신체적인 조건상 아시아인의 세계 정복이 힘들 것이라는 남자 자유형에서 성벽을 무너뜨린 박태환은 강한 승부사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각오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은 3분41초53으로 3분42초47의 쑨양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번 레인에서 역영한 박태환은 물살을 피하는 영리한 레이스로 4번 레인의 쑨양을 제압했다. 2011 세계선수권에서도 상승 곡선을 그리던 쑨양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금메달은 역시 박태환에게 돌아갔다. 박태환은 예선을 7위로 통과했지만 결선에서 ‘1번 레인의 기적’을 연출하며 결승선 터치패드를 가장 먼저 찍었다. 박태환과 쑨양의 차는 2m. 거의 쑨양의 신장(198㎝) 차였다.
박태환은 올림픽 2연패는 물론이고 세계 기록 경신도 꿈꾸고 있다. 기록상 세계 기록(3분40초07)에 근접한 건 쑨양. 2011년 9월 중국선수권에서 쑨양은 3분40초29를 찍으며 아시아 기록을 새로 썼다. 박태환의 최고 기록은 3분41초53. 그러나 박태환은 세계 기록을 목표로 달려왔고 훈련 기간에 자신의 기록을 경신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상의 몸 상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박태환은 2011 세계선수권 때보다 근력이 최대 5~7% 늘어났고, 잠영거리와 돌핀킥 능력이 향상됐다. 또 초반 랩타임은 물론이고 가장 큰 고비라 할 수 있는 250~350m 구간 기록이 이전보다 좋아져 기대감을 낳고 있다.
심리적인 부분도 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쫓기는 입장인 박태환은 여유롭고 추격자인 쑨양이 오히려 초조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박태환은 이번 400m 경기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선을 그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쑨양은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2인자’ 입장이라 라이벌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등 불안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 수영 관계자는 “원래 세계 정상권 선수들은 상대 선수의 이름을 말하며 도발하지 않는다. 쑨양이 ‘박태환을 꼭 이기겠다’고 말하는 건 그만큼 자신의 심리 상태가 초조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태환은 레이스 운영 능력이 탁월한 싸움꾼이라 자신만의 페이스로 쑨양의 추격을 뿌리칠 준비를 마쳤다. 박태환은 28일 열리는 400m 예선에서 3조의 4번 레인을 배정 받았고, 쑨양은 마지막 4조의 4번 레인에서 경기를 펼친다. 둘의 운명의 맞대결은 29일 오전 3시51분에 막이 오른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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