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직면한 지구,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환경정책들
불온한 생태학 / 이브 코셰 지음
'생태학'이 불온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단지 친환경기술 개발의 문제이거나 허다한 사회운동의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체제에서부터 인간 개개인의 생각, 습관, 행동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실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녹색당 출신으로 프랑스 조스팽 사회당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저자는 이 책에서 도대체 지구가 어떤 위기에 직면해 있는지, 각국 정상들은 환경회의에서 얼마나 허울 좋은 대책을 논의하는지 꼬집으며 '생물물리경제학' 등 새로운 경제학 패러다임과 지금 당장 행동에 옮길 수 있는 환경정책들을 제안한다. 책에 함께 실은 생태 관련 설치미술 작품이나 사진들이 생태계 위기를 한층 더 실감 나게 전해준다. 배영란 옮김. 사계절ㆍ360쪽ㆍ1만8,8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DNA, 적자생존… 유물론자가 본 137억년 생명의 역사
신은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 이브파칼레 지음
유물론자들은 137억년 간 우주에서 펼쳐진 생명의 역사를 어떻게 볼까. 창조주 대신 빅뱅이, 창조론 대신 물리학ㆍ천체물리학ㆍ화학ㆍ생물학 등 자연과학이 우주의 비밀로 통하는 유일의 경로가 된다.
우주는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 혹은 경향으로 충만한 곳이다. 유물론적으로, 우주는 생명을 배태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생명은, 어떤 의미나 목적성을 띠지 않는 경이롭고도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기원전 1세기의 유몰론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대한 이 시대의 버전을 자처하는 책이다.
가이아 가설, DNA, 진화의 전제 조건인 성과 쾌락의 필연적 동행, 적자 생존 등에 대한 해석에서 동물의 신체가 대칭 구조를 띠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 등 책은 상상력을 촉발한다. 해나무ㆍ584쪽ㆍ2만3,000원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익숙한 이미지로 형상화한 죽음과 이별, 이용임 첫 시집
안개주의보 / 이용임 지음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상투성을 훌쩍 벗어난 독특함으로 미정형이긴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이용임의 첫 시집. 이용임 시인은 소시민의 일상을 우화적으로 형상화한 등단작 '엘리펀트맨' 이후로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묘사해 눈길을 끌어왔다. 표제작 '안개주의보'는 연인의 부재를 안개 속으로 인물이 천천히 스러지는 장면으로 형상화한 작품. 이씨의 시는 평이하고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일면 가시적 지평을 넘어선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첫 시집에는 시인의 특장이 도드라진 시 50편이 3부에 걸쳐 소개된다. 마치 '하나하나 방문을 열 때마다 늘 똑같은 창문이 있는 비슷비슷한 방'(시인 장이지)과 같은 느낌이다. 죽음과 이별의 기시감이 감도는 이미지로 가득 찬 시를 감상할 수 있다. 이용임 지음. 문학과지성사ㆍ124쪽ㆍ8,0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꼬마들 앞에 선 老철학자의 쉽고도 우아한 강연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 장-뤽 낭시 지음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뤽 낭시(72)가 여섯 살에서 열두 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2009년 파리 외곽의 몽트뢰유연극센터에서 했던 철학 강연록이다.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질문을 받아 답했다.
아이들을 위해 부드럽고 쉬운 말로 하면서도 내용은 진지하고 우아하다. 어린 청중들의 질문도 꽤 심각하다. 예컨대 이런 것들. 신이 정의라면 왜 장애아나 불행하게 태어나는 아이가 있나, 정당한 전쟁도 있나, 아름다움 없이 살 수 있을까.
최고의 지성이 꼬마들과 함께 펼치는 철학의 향연이 흐뭇하지만, 그것을 담은 그릇으로서 책의 만듦새는 아쉽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고, 교열이 허술했는지 오탈자가 많다. 이영선 옮김ㆍ갈무리ㆍ252쪽ㆍ1만 7,000원.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