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초.
한국 여자 펜싱의 간판 남현희(31ㆍ성남시청)에게 잊혀지지 않는 시간이다. 남현희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플뢰레 결승전에서 마지막 4초를 견디지 못하고 금메달을 내줬다. 세계랭킹 1위 발렌티나 베잘리(38ㆍ이탈리아)를 맞아 경기 막판 역전 유효타를 내주며 5-6으로 무릎을 꿇었다.
4년이 지났다. 초로 계산하면 1억2,614만4,000초다. 남현희는 그 동안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긴 시간을 견뎠다. 그런데 이번에도 베잘리가 앞을 막고 있다. 올림픽에서만 5개의 금메달(단체전 포함)을 목에 건 베잘리는 마흔 살에 가까운 나이에도 독보적인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마침내 설욕의 기회가 왔다. 남현희가 런던올림픽 개막 이틀째인 29일 오전 4시30분(한국시간)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금빛 찌르기’에 나선다. 남현희는 한국 선수단의 ‘황금 주말’로 꼽히는 이날 금메달 한 개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아시아에는 라이벌이 없고 ‘숙적’ 베잘리가 유일한 경쟁 상대다.
남현희는 베잘리에 비해 신체 조건이 불리하다. 펜싱은 팔이 길면 유리한 종목이지만 남현희는 키가 155㎝에 불과하다. 반면 베잘리(164㎝)를 비롯해 세계 10위권 안의 선수들은 남현희에 비해 5~20㎝ 크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도 이 영향이 크다.
하지만 남현희는 상대 선수에 적합한 ‘맞춤형 공격’으로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21일 런던에 입성한 뒤에는 베잘리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과 철저한 경기 분석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과 거리조절도 남현희의 또 다른 장기다. 남현희는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적절히 섞은 공격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남현희는 출국 전 “이번이 3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4년 전 은메달의 아쉬움을 설욕하기 위해 반드시 금메달을 따오겠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준비기간은 충분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모든 기량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한국 여자 펜싱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딴 남현희가 이번엔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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