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ㆍ송정은 옮김/알에이치코리아 발행ㆍ616쪽ㆍ1만4800원
린 램지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가 국내 개봉하며 번역, 출간된 이 소설은 소시오패스(Sociopath,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성격 장애) 아들을 둔 어머니의 진술이란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소설의 화자는 석궁으로 동료 학생 10여명을 죽인 고등학생 케빈의 엄마 에바. 남편인 프랭클린에게 쓴 편지를 통해 에바는 사건이 벌어진 1998년 4월 8일 이후 자신의 심경과 아들이 소시오패스를 겪기까지 과정을 밝힌다.
요즘말로 '차도녀'였던 여행사업가 에바는 아이를 갖게 되면서 포기해야 할 자신의 일과 시간, 아이로 인해 지속해야 할 '무가치한 사교생활'(51쪽)로 인해 '아기 갖는 걸 극도로 두려워'(60쪽)하고, 케빈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극도의 애증과 분노를 갖는다. 케빈이 자라면서도 이런 에바의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아이는 엄마에게 약을 올리려는 듯 여섯 살까지 기저귀를 차고 에바는 케빈을 '놀이방 한 가운데로 던져'(303쪽), 팔을 부러뜨린다. 이후 아이에게 애정을 보이려 애쓰지만, 아이는 그녀에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남편은 이런 케빈이 안쓰러워 아이를 감싸고 돈다.
7년 뒤, 딸 셀리아를 낳은 에바는 케빈 때와는 달리 딸에게 무한 애정을 퍼붓고, 그와 비례해 케빈도 날로 난폭해진다. 케빈은 점차 행동반경을 넓혀 동생 셀리아를 표적으로 삼고, 이물질을 셀리아의 한쪽 눈에 넣어 실명하게 한다. 하지만 케빈을 위해서 셀리아 출산을 반대했던 남편은 케빈을 감싸는데 급급하다.
소설은 종반부로 치달으며 '그날'의 악몽을 들려준다. 6년 전부터 양궁을 배운 아이는 영악하게도 16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형량이 비교적 관대한 만 15세에 일을 저지르기로 하고 몇 달에 걸쳐 화살을 모은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 에바는 회사에서 이 사건을 듣고 고등학교로 달려가며 남편에게 연락하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다. 남편은 어디 있을까? 케빈은 이 사건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도대체 에바가 이 아이를 사랑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케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에바의 고통을 선명하게 대비한 동명의 영화와 달리, 소설은 케빈의 품성이 뒤틀리게 된 과정과 에바가 아들에게 애정을 줄 수 없었던 배경을 충실하게 설명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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