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호조 덕인데, 수출보다는 수입이 더 줄어든 게 원인이어서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58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월 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5개월째 흑자다. 특히 지난달 상품수지 흑자는 50억1,000만달러로 전달 대비 3배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총 137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81억달러)보다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글로벌 불황으로 수입이 급감하면서 흑자 규모가 커진 것이어서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지난달 수출(통관기준)은 472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1% 증가한 반면, 수입은 423억4,000만달러로 5.5%나 감소했다. 수출 증가보다 수입 급감으로 경상수지가 좋아지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물량 기준으로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6.4%, 수입은 3%씩 늘었으며 가격으론 수출 5.2%, 수입은 8%씩 감소했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최근 들어 대외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가 많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은의 금리정책 실기(失期)와 경제성장률 전망치 오판 등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발언인 셈인데, 금융권에선 “한은의 경기진단 오판은 김 총재의 불통과 고집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군색한 변명”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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