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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돈의동·영등포 쪽방촌 가봤더니…"찜통 같은 쪽방… 무더위가 무섭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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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돈의동·영등포 쪽방촌 가봤더니…"찜통 같은 쪽방… 무더위가 무섭구먼"

입력
2012.07.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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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 남짓인 집 안은 찜통이라, 더운 줄은 알지만 매일 이렇게 나와 있어."

불볕더위로 연이틀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26일 오후. 서울의 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시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인근 L시네마 극장은 주민들로 북적댔다. 건장한 성인 남성도 햇볕아래 서 있으면 현기증이 날 정도의 날씨에 영화관 건물 옆 그늘을 찾은 주민들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에 지친 표정이었다. 그늘에서 만난 이정복(72)씨는 기초생활수급비 30만원으로 한 달을 근근이 살아가는 쪽방촌 주민이다. 이씨가 한 달 14만원을 내고 사는 1평 남짓한 방은 여름이면 그야 말로 '찜통'이다. 쪽방촌 3층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이씨의 방은 여름이면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돼 선풍기 바람마저 후덥지근했다. 이씨는 "여름이면 하루 종일 선풍기를 틀어 놔야 견딜 수 있다"며 "오늘처럼 더운 날이면 인근 영화관 주변에서 지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일과"라고 말했다.

돈의동 쪽방촌 거리는 한산했다. 평소 500여명이 생활하는 쪽방촌은 여름이면 상주 인원이 150명 남짓만 남아있다. 지친 표정으로 1m도 안 되는 쪽방촌 길목에 주저앉아 연신 부채질 중이던 주민 김모(60)씨는 "겨울엔 이불을 덮거나 몰래 난방기구를 틀면 그나마 낫지만 오늘 같은 날엔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다"며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아픈 사람들은 아예 움직일 엄두도 못 내 걱정된다"며 혀를 찼다.

주민들의 3분의 1일 정도가 기초생활수급자인 이곳 쪽방촌은 여름이면 구호의 손길이 더 간절하다. 이곳 쪽방촌을 운영하는 대한구세군유지재단의 이화순 소장은 "구청에서 나오는 쪽방촌 예산은 300만원인데 주민들의 문화생활비를 충당하고 나면 여름철 주민들에게 지원할 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주민들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최근 서울시에서 지원한 350㎖짜리 아리수 1,500병 정도. 이 소장은 "재단에서 생수를 얼려 오늘 같이 더운 날 점심시간에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게 전부"라고 전했다.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 쪽방촌 건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더위에 축축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물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영등포 쪽방촌 주민 차모(71)씨는 "30년 간 여기서 살았는데 이렇게 더운 날씨는 처음"이라며 "갈 데도 없고 선풍기 앞에 가만히 있어야지 방법이 있냐"고 얼굴을 찌푸렸다. 어두운 방 안에서 선풍기 바람을 받으며 가만히 앉아 있던 쪽방촌 주민인 김모(50)씨도 "도심 한복판에 집이 있다 보니 열기 때문에 훨씬 더운 것 같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하나 같이 겨울보다 여름 나기가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겨울에는 그나마 구청이나 봉사단체에서 많이 도와주는 편이지만 여름에는 큰 대책이 없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 영등포 쪽방촌 안에 있는 무료진료소 요셉의원 관계자는 "평소보다 진료소를 찾는 사람들이 5배 이상 늘었다"며 "쪽방촌 주민들은 생활환경이 위생적이지 않고 식생활도 균형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여름철 질병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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