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대학 중 32개를 뽑아 벌인 첫 취업통계 실태 감사에서 무려 28개 대학이 취업률을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취업률을 1순위로 삼아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취업률 조작은 사실상 막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취업률을 공시한 4년제ㆍ전문대 350개 가량의 대학 중 전년 대비 취업률이 급격히 올랐거나, 유지취업률(3개월 이상 취업한 상태)이 낮은 대학 32곳을 뽑아 감사를 벌여 26일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4년제 대학 13곳과 전문대 15곳이 취업률을 부풀렸다. 경기지역 A대는 겸임교수 등이 운영하는 업체에 63명을 허위 취업시키고, 실험실습비로 허위 취업자의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료를 대납했다. 경북 B대는 52명을 허위취업자로 올려준 업체에 인턴보조금 5,630만원을 지급했다. 인턴보조금은 국고에서 지원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비에서 충당했다. 경기 C대는 교수ㆍ강사 등이 운영하는 업체에 51명을 허위 취업시키면서 학생들의 도장을 무단으로 제작해 가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대전의 D대는 겸임교수ㆍ시간강사 등이 운영하는 업체에 비상근 직원으로 졸업자를 취업시키고 상근 직원인 것처럼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취업실적에 올렸다. 광주의 E대는 무려 178명을 교내 행정인턴으로 채용했고, 경남의 F대는 평생교육원에 등록한 10명을 진학자로 분류해 취업률을 산정했다. 부교수가 세운 연구소에 9명을 허위 취업시킨 G대는 지난해 5월분 급여 223만2,000원(1인당 24만8,000원)을 지급한 뒤 조교 명의의 계좌로 돌려받기도 했다.
교과부는 취업률 조작에 가담한 교직원 164명에게 징계처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대학 취업률은 직장 건보 가입을 근거로 산정되기 때문에 대학들은 취업률을 산정하는 6월에만 건보 가입자를 한시적으로 늘려 취업률을 조작했다. 또 교내 취업자는 3개월 1일 이상 취업하면 취업자로 분류되는데, 이번에 적발된 대학들은 3개월 8일간 단기 행정인턴으로 쓰면서 취업자를 늘리는 편법을 썼다.
대학들이 취업률 조작에 나서는 이유는 교과부의 재정 지원 평가에 취업률이 가장 중요한 지표로 쓰이기 때문이다. 4년제ㆍ전문대를 포함해 1년에 4,000억원의 예산이 배분되는 대학교육역량강화지원사업만 해도, 취업률이 4년제 대학은 평가의 20%, 전문대는 25%가 반영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들의 취업률 부풀리기는 이미 일상적이고 취업률이 재정지원과 직결되는 한 이런 현상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취업률은 대학의 자체 노력보다 지역ㆍ경제상황, 학벌 등과 연결되므로 대학교육역량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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