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학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국내 유명 사립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진학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 대학들이 해외 대학 출신자들의 학력 검증을 부실하게 하는 문제점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26일 국내 대학원 진학을 위해 미 대학의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김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국내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혼자 미국으로 유학을 가 2006년 가을 현지 대학에 진학했다. 김씨는 8학기를 마친 2010년 졸업 예정이었으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졸업 학점을 채우지 못했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던 김씨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후 1년 더 미국에 머물렀던 김씨는 부모가 국내 의전원 진학을 권유하자 인터넷을 통해 위조된 허위 졸업증명서 등 서류를 구입했다.
김씨는 위조서류로 지난해 10월 고려대 의전원 신입생 정시모집에 응시해 합격했으며 한 학기 동안 학교를 다녔다. 입시과정에서 서류전형이 있었지만, 김씨의 학력위조 사실은 걸러지지 않았다가 고려대의 사후 확인 과정에서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났다. 고려대 관계자는 "해외 대학 학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입시 일정상 사전 점검에 어려움이 있다"며 "김씨의 입학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대학을 마치지도 않고 마치 졸업한 것처럼 꾸미거나, 학위와 상관없는 비정규 과정을 다녀놓고 정규학위를 딴 것처럼 속이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는 2007년 신정아 사건 이후 석사 학위 이상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해외 학위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 학위에 대한 검증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어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사전 검증은 엄두도 낼 수 없어 합격을 시킨 다음 해외 학위에 대한 사후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며 "나라마다, 학교마다 학력 사항을 확인 하는 절차가 다 달라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제3자가 타인의 학력을 확인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검증 자체를 못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미 대학 졸업자의 경우 학사학위자라 하더라도 학력조회 기관인 NSC(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에서 발급하는 학력 증명서를 입시 원서에 첨부하도록 하면 졸업증명서 등의 위ㆍ변조 여부를 쉽게 확인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이 입시과정에 해외 학력자에 대해 불성실한 검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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