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비도 불황형 소비가 대세입니다. 정품 대신 상대적으로 값싼 대체품을 찾거나, 같은 종류라도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이런 분위기 탓에 백화점에 입점한 고가 화장품들은 저가 화장품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백화점마다 상반기 화장품 매출이 1~4% 신장에 그치고 있지요.
하지만 예외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남성화장품 시장입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도 업체들의 매출 신장을 주도하며 불황 속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남성화장품 시장은 매년 7%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해 9,000억원에 이어 올해는 1조원의 매출 달성이 예상됩니다.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올 상반기 화장품 시장은 4% 증가에 그쳤지만 남성화장품은 이 보다 세배나 많은 12.8%나 성장했습니다. 자신을 가꾸는 이른바 꽃미남ㆍ중년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화장품 업체들도 남성화장품 라인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배우 유지태를 모델로 내세운 P&G의 SK2맨 피테라 에센스(75㎖)는 가격이 8만원대로 고가지만 SK2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시세이도가 출시한 7만원대 남성용 에센스도 매출 톱 20안에 진입했습니다.
최근 LG생활건강이 출시한 남성용 마스크 팩은 출시 3개월만에 무려 4만개나 팔렸습니다. 지난 5월 축구선수 박지성과 배우 소지섭을 모델로 내세워 모공과 미백, 탄력 기능을 강조한 결과 남성들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 회사 남성 마스크팩이 지난 4년간 연간 4,000장 정도 팔린 것과 비교하면 놀라울 신장세입니다.
요즘 남성들이 피부관리만 하는 게 아닙니다. 최근에 화장하는 남자들도 크게 늘면서 백화점들이 남성을 위한 메이크업 쇼까지 열고 있습니다. 베네피트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남성 고객을 위한 눈썹정리(왁싱)서비스를 시작했고, 바비브라운도 브랜드출시 이후 처음으로 이달 말까지 자신을 가꾸는 남성들(그루밍족)을 위한 ' 그루밍 쇼'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오픈마켓 옥션에서도 피지 흡착 기능을 넣은 남성전용 파우더 팩트와 자연스러운 입술색을 연출해주는 립 컬러 팔레트를 판매하고 있는데, 역시 젊은 남성고객들의 호응이 높다고 합니다. 남성들도 가꾸고 화장하지 않으면 촌스럽다는 소리를 듣는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