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 사태는 야권연대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을 145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외연 확대가 절실한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경선 부정을 저지르고 종북 의혹을 받고 있는 구당권파 인사들이 버티고 있는 정당과 선을 긋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속 연대에 매달릴 경우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줄곧 제시한 야권연대의 바로미터는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의 제명이었다. 가뜩이나 장외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중도층을 파고드는 상황에서 구당권파가 포함된 통합진보당과 손을 잡을 경우 대선 정국에서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12일 박지원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 심상정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빨리 매듭을 지어줘야만 우리도 움직일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도 여러 차례 "애국가를 부정하는 세력과는 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경고에도 두 의원 제명안이 부결됨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야권연대 폐기론'이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연대는 4∙11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득표율 합계가 여당 득표율보다 앞서게 한 '요술 방망이'였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60% 선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대선이 임박해지면 야권연대 카드가 다시 거론될 여지를 배제하긴 어렵다. 하지만 "오늘 결정을 국민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대단히 의심스럽다"는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의 말처럼 적어도 상당 기간 야권연대 균열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주당이 그나마 연대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 신당권파 역시 당장 이번 사태 수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옛 민주노동당 시절을 포함해 8년 만에 당권 교체를 한 신당권파 지도부의 운명도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이번 사태를 놓고 강기갑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심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끝나기엔 사태의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조건부 지지 입장을 밝혔던 민주노총 등의 도미노 탈당 사태가 현실화되면 단순한 책임론으로 끝나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지난 13일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두 의원 제명안 처리가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하면서 탈당계를 제출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