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문재인 상임고문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비(非)문재인 주자'들로부터 연일 집중 네거티브 공격을 당하고 있다. 또 장외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판 자체를 흔들고 있어서 문 고문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설 야권의 유력 주자로 굳건히 서지 못하고 있다. 문 고문 캠프도 위기감을 느낀 탓인지 거칠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연설회에서 문 고문은 '비문'주자들의 집중 공세를 받고 발끈했다. 그는 "당 밖의 경쟁자들은 치고 나가는데 우리 당 대표 주자는 국내 선발전에서 무례한 플레이, 거친 태클에 부상 당할 지경"이라며 "대표주자를 끌어내리려다 팀 전체가 손해를 보는 경선이 과연 누구에 좋은 일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날도 선두주자인 문 고문을 겨냥한 비문 주자들의 공세는 여전했다. 특히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문 고문을 친노 패밀리로 규정하면서 "친노 패밀리로 질 것인가, 노무현 정신을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김두관으로 이길 것인지 선택해 달라"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전날 비슷한 내용의 문구를 담은 홍보물을 배포했다가 "김 후보에게 문 후보는 적인가"라는 문 고문 캠프의 거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문 고문 입장에서는 당내 예비경선의 태클은 그래도 견딜 만하지만 장외의 안 원장은 판도 자체를 뒤흔들 변수가 되고 있다. 안 원장의 지지율 급상승에 문 후보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야권의 주도권 자체를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24, 25일 실시한 대선주자 다자 대결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 지지율은 31.7%로 문 고문(10.0%)을 세배 넘게 앞섰다. 안 원장이 대담집을 출간하고 '힐링캠프'에 출연하기 직전인 지난 주 지지율은 안 원장이 18.8%, 문 고문이 17.2%였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반면 문 고문의 지지율은 절반 가까이 주저앉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안 원장은 문 고문의 하락폭을 대부분 흡수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특히 문 고문을 지지하는 2030세대의 지지가 대거 안 원장으로 이동한 것 같다"며 "안 원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문 고문의 본선 경쟁력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민주당 경선 흐름이 요동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 고문 캠프는 겉으로 덤덤하지만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 후보가 확정되는 8월 이후로는 민주당 경선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안 원장에 대해서는 "검증 기간을 짧게 가져가려는 전략"이라며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러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 때처럼 민주당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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