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전격 공개한 퍼스트레이디 리설주는 1989년생으로 성악을 전공한 예술단원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결혼 시점이나 리씨의 집안 배경 등에 대해서 여러 갈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리씨가 1989년 태어나 평양시 중구에 있는 금성 제2중학교를 나왔다"고 보고했다. 평양 시내 중심에 위치한 이 학교는 4, 5세 유아들을 예술단원으로 선발해 집중 육성한 뒤 진학시키는 일종의 예술 특성화 전문학교이다. 리씨는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성악을 전공했고 북한으로 돌아와 은하수 관현악단의 간판 가수로 활동했다.
국정원은 리씨의 집안에 대해 "평범한 가정의 여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양에서 중학교를 나와 유학까지 다녀올 정도라면 상당히 유복한 집안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리씨의 아버지가 청진의 경성대학 의대 교수, 어머니는 청진시 수남구역 제1인민병원의 산부인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정원은 리씨가 2009년 김 1위원장과 결혼해 아이도 낳은 것으로 추정했다. 결혼 시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이후 김 1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시기와 맞물린다. 리씨는 지난해 은하수 관현악단의 신년 경축 음악회에서 '병사의 발자욱'이라는 솔로곡을 열창하는 등 2009년 이후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김 1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시기는 아니었지만 결혼한 예비 퍼스트레이디가 공연 무대에 섰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와 북한의 문화가 달라 영부인이 가수로 활동할 수도 있지만 2009년이라는 결혼 시점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추가 확인하고 있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한편 리씨가 과거 한국을 방문하거나 남측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향후 퍼스트레이디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경우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가 주목된다. 국정원은 "리설주가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대회에 응원단으로 참가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리씨는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문화공연에서 '꽃놀이' 등 3곡의 노래를 불렀다. 당시 남측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금성학원 소속이고 나이는 17세"라고 당차게 말했다.
대한적십자사가 2003년 3월 금강산에서 개최한 나무심기 행사에도 '리설주'라는 이름의 북한 소녀가 참가했다. 다만 나이가 11세로 돼 있어 올해 23세인 리씨와는 차이가 있다. 2004년 금강산에서 열린 전교조 주관 남북 교사회담에도 '평양 창전중 5학년 리설주' 학생이 행사 도우미로 등장한 기록이 있다.
이처럼 리씨가 일찌감치 언론에 노출됐지만 정부는 북한이 25일 발표할 때까지 그가 김 1위원장 부인이라고 추정했을 뿐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의 변화에 눈 뜬 장님 노릇을 하고 있는 정부의 대북 정보력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리씨의 한국 방문 사실을 놓고 정부 내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천 아시아육상대회 당시 남측을 방문한 리씨가 김 제1위원장의 부인과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놓고 통일부와 국정원이 거의 같은 시각에 딴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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