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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화 사퇴/ 대법원 파행 운영·법원 내부 반발에 "버티기 어렵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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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화 사퇴/ 대법원 파행 운영·법원 내부 반발에 "버티기 어렵다" 판단

입력
2012.07.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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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화(57) 대법관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인사청문회 이후 보름 만에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저축은행 관련 의혹이 제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야당의 의혹제기에 이어 여당마저 사실상 물러나라는 뜻을 전달한 이상 김 후보자가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그동안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을 제기했지만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흔히 제기됐던 사안이라 파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저축은행 수사개입 의혹은 시점상 상당히 폭발력 있는 이슈로 떠올랐다.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검찰 수사로 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는 마당에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김 후보자는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김 후보자는 야당과 언론의 거듭된 문제제기에도 꿋꿋이 버텼지만 자신 때문에 대법원 구성이 지연되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 때문에 나머지 3명의 국회 임명동의마저 지연되고 있다며 사실상 김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해 왔다. 특히 강창희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마저 26일 정부에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김 후보자 입장에서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다.

이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법원이 대법관 공석 여파로 '대타'를 내세워 다른 재판에 투입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김 후보자는 사퇴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 운영의 파행이 계속될수록 김 후보자에 대한 책임론이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외부인사 한명이 대법원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현직 판사가 24일 김 후보자의 임명제청을 대법원이 철회해 줄 것을 내부게시판을 통해 주장한 것도 김 후보자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명예와 신뢰를 중시하는 대법관이 내부 구성원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할 경우 당사자는 물론, 대법원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신영철 대법관이 거센 사퇴 압력에도 물러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도 판사들 사이에선 '식물 대법관'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로 체면이 구겨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그동안 사퇴를 거부했던 것은 친정인 검찰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도 있다. 법원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하지 않는 배경에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의 압력이 깔려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김 후보자가 물러날 경우 그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권 장관도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는데다, 검찰 출신 대법관에 대한 자격 시비까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김 후보자 사퇴 직후 "충격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법부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국가에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자세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대법원의 파행 운영이 조속히 종결될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검찰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대검 관계자는 "의혹 제기만으로 사퇴한 것이 아닌가. 김 후보자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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