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통합진보당 의원총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은 처리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중립 성향의 김제남 의원이 제명안 처리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의원이 기권하면서 진보당은 혼돈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구당권파의 오병윤 김선동 김미희 이석기 김재연 의원 등 5명은 의총에 참석했지만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상규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표결 전에 의총장을 빠져 나갔다. 시작부터 양측 간 기싸움이 팽팽했다. 심상정 원내대표가 이석기 의원에게 악수를 세 번이나 청했지만 이 의원은 "됐습니다"라며 냉랭하게 거절했다.
비공개로 오전 8시에 시작된 의총은 오전 10시45분 중단됐다가 오후3시30분 속개됐다. 고성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등 오후에도 세 차례나 정회되며 진통을 거듭했다. 오후 6시30분쯤 의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이 진행됐고, 김제남 의원이 찬성이나 반대 중 아무 쪽도 선택하지 않은 용지를 투표함에 넣으면서 대세가 갈렸다.
결과적으로 김 의원의 선택은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가 두 의원 제명안 처리가 예정됐던 지난 23일 구당권파의 제명 표결 연기에 동조해 신당권파를 당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 원내대표 등은 그를 설득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그럼에도 김 의원이 구당권파 손을 들어준 것은 그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시민사회 몫으로 영입한 인물이란 점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김 의원은 녹색연합을 창립해 22년 동안 이끈 환경운동가 출신이며, 이석기 김재연 의원과 같은 NL(민족해방)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의총이 끝나자 심 원내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가장 늦게 나온 김제남 의원은 "13명 의원이 혁신의 길로 나아가며 정치적 책임을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들이 겪고 있는 갈등, 대립, 고통, 상처가 아주 깊다"며 구당권파 측의 평소 주장을 언급했다. 그는 기권한 이유에 대해선 "비밀투표가 원칙인 만큼 제가 의사표현을 어떻게 했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함구했다.
구당권파는 제명안 부결을 반겼다. 반면 신당권파 인사는 "김제남 의원의 돌변으로 멘탈 붕괴 상태"라며 "그가 당과 심 원내내표를 죽이고, 강기갑 대표도 수렁에 몰아넣고, 당의 대선 후보도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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