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이 같은 경이적 성과의 배경으로, 정몽구(사진)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부적으로 강조해온 '퀄리티비티'라는 독특한 품질경영 컨셉트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현대차는 26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상반기 전 세계시장에서 42조1,051억원의 매출, 4조7,84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매출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9.9%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21% 증가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11.5%가 늘어난 218만2,768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작년 하반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투 밀리언셀링(200만대 판매)'이다. 내수는 감소했지만 해외시장에서 선전한 결과로, 해외판매비중이 사상 처음 85%선을 넘어서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품질을 높여 제값을 받는 프리이엄 전략이 주효했다"면서 "429만대로 잡은 금년도 목표치도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종운 현대기아차그룹 품질총괄 부회장은 이날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12 전경련 제주 하계포럼'강연에서 현대차가 사상 최대실적을 내게 된 배경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품질전략은 퀄리티비티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퀄리티비티(Qualitivity)란 품질(Quality)과 생산성(Productivity)의 합성어. 품질의 완결성만 추구하다 보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생산성만 추구하다 보면 품질이 졸속화될 수 있는데,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란 것이다. 정 회장의 품질경영론이 핵심컨셉트가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부회장은"퀄리티비티의 극대화를 위해 생산의 유연성을 높이고 고유의 생산기술을 개발해 왔다"고면서 "퀄리티비티 모델을 적용한 결과 북미에 있는 70여개 자동차 공장 가운데 현대차 공장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체코공장에서 생산한 i40를 대상으로 품질을 평가한 결과 비유럽권 회사 중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것에 대해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리먼 사태, ▦유럽 자동차회사들은 재정위기 ▦일본 메이커들은 리콜과 엔고 대지진 등을 겪는 사이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는 평가도 내린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사이익 측면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싸구려차가 아닌 제값을 받는 차로 자리잡은 건 결국 '퀄리티비티'로 압축되는 품질경영의 성과"라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미국 앨라바마와 조지아 공장 모두 토네이도 상황을 가정하고, 국내 공장 역시 쓰나마가 덮친다는 가정을 세워놓고 리스크와 품질 시뮬레이션 작업을 끝냈다"고 말했다. 그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고장률 목표도 처음 공개했다. 무고장률이란 신차 구매 후 3년 안에 고장이 나지 않는 비율로 품질평가의 가장 중요한 척도다. 신 부회장은 "10년전 현대차의 무고장률은 19%에 불과했지만 현재 78%까지 높아졌는데 이는 자동차 업계 평균보다 7배나 높은 향상 속도"라면서 "이를 조만간 85%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제주=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