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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산사태에 스러진 아들의 꿈, 후배들이 이뤄 주길…" 故성명준씨 부친, 인하대에 장학금 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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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산사태에 스러진 아들의 꿈, 후배들이 이뤄 주길…" 故성명준씨 부친, 인하대에 장학금 기탁

입력
2012.07.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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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간 명준이가 못 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뤄줬으면 합니다."

지난해 7월 강원도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고(故) 성명준(당시 18세ㆍ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 1년)씨의 아버지 성동모(49)씨는 지난 1년간 사람다운 삶을 포기한 채 살았다. 4대 독자였던 아들이 눈에 밟혀 집과 직장만 쳇바퀴처럼 오갔다. 사람들과의 접촉도 피했다. 성씨는 "명준이가 죽은 뒤 돌볼 사람이 없게 된 증조부와 할아버지, 아버지 묘를 전부 개장해 화장했다"며 "아들이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립다. 집사람과 고3 딸 아이도 힘들게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들이 채 이루지 못한 꿈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는 성씨는 춘천 산사태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6일 인하대를 찾아 장학금 3,000만원을 기탁했다. 성씨는 대학 측에 "아들이 다녔던 생명화학공학부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자신의 모교에 입학한 아들의 존재는 성씨에게 남달랐다. 성씨는 인하대 환경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성씨는 "집사람과 맞벌이를 해 명준이 학비를 댔지만 명준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니 돈을 쓸 곳이 없었다"며 "집사람과 의논해 큰 돈은 아니지만 장학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인하대 측은 성씨의 뜻에 따라 '성명준 장학기금'을 만들어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1명에게 장학금 300만원을 전달할 계획이다. 성씨는 "명준이가 너무 일찍 갔다"며 "후배들이 아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못 다한 공부를 대신해 꿈을 이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신입생인 고 성명준씨를 비롯한 인하대 발명동아리 '아이디어뱅크' 소속 학생 10명은 지난해 7월25일부터 3박4일간 춘천 상천초등학교에 과학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사흘째 새벽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숙소가 매몰돼 숨졌다. 당시 일반인 희생자도 3명 나왔다.

숨진 학생들의 유가족들로 구성된 춘천 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 대책위원회는 27일 사고현장에서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 인하대에서도 추모행사를 마련한다. 성씨는 "나뿐만 아니라 집사람도 사고현장을 볼 자신이 없어 추모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 아픔이 가라앉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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