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폭우로 인한 사망자 수 발표를 차일피일 미뤄오던 중국 베이징(北京)시가 26일 결국 전체 사망자 수가 77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37명이 숨졌다고 밝힌 것보다 무려 40명이나 더 많은 것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26일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베이징시 신문판공실이 이날 오후 8시20분 '7ㆍ21'자연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77명이라고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베이징시 관계자는 "77명 가운데 66명의 신원은 확인된 상태"라며 "11명의 신원은 계속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 22일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처음에는 10명이라 밝혔다가 다시 이날 밤 늦게 37명이라고 수정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3일 이후 곳곳에서 물에 떠 다니는 시체들이 발견되고 이런 사진들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속속 올라오며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시가 계속 사망자수는 37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자 희생자 규모를 축소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베이징시 신문판공실은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인 사망자 수는 언급하지 않은 채 재산 피해 등만 열거, 기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퇴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부 기자들이 질문자로 지정된 신화통신사과 인민일보 기자에게 왜 사망자 숫자를 묻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날 베이징시가 여론에 떠 밀려 뒤늦게 사망자 수를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는 베이징시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21일 베이징에서는 1951년 기상 관측 기록을 시작된 뒤 가장 많은 212㎜(시내 기준)의 호우가 쏟아져 18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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