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의 환율이 연일 올라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위안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은 25일 6.3429위안으로, 전날 6.3339위안에 비해 0.009위안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26일에는 전날보다 0.0048위안 하락한 6.3381위안에 거래됐는데 시장은 단기 상승폭이 컸던 데 따른 일시적 숨 고르기로 해석했다.
올 들어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1%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4.7% 상승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이처럼 위안화 환율의 오름세가 두드러지자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가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경제ㆍ사회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정한 중국이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의 상승을 용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년 간 위안화 절상을 이끌어 온 인민은행이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우려, 미국과의 마찰을 감수한 채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유도하기 시작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위안화 절하가 유럽과 미국 등의 경제 부진에서 비롯된 중국 수출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대량 실직을 막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 17일 "취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고용을 늘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환율 상승이 올해 상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7.8%로 떨어진 것과 직결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심리적 저항선인 8% 아래로 떨어진 것은 3년여만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위안화가 실제보다 평가절하돼 있다고 보는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환율 공방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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