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논란으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대법원은 후보자 인선과 사전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인선 일정을 충분히 늘리고, 1차 후보자를 선정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의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통상 대법관 인선 일정을 전임자 퇴임에 두 달 정도 앞서 시작하고 있다. ▦추천위 구성 ▦추천위의 후보자 추천 ▦대법원장의 후보자 임명제청 ▦대통령의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 ▦국회 인사청문회 및 임명동의 ▦대통령 임명 등의 단계를 줄줄이 거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특히 추천위가 후보자를 제청인원의 3배수 정도로 걸러내는데 1개월여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장, 대통령, 국회가 후보자 검증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열흘 정도다.
올해만 해도 위원회가 약 한 달의 회의 끝에 13명의 후보자를 추천했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들 후보를 4명으로 추리는데 걸린 시간은 약 사흘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열흘 뒤 이들 후보자 4명에 대한 임명동의를 국회에 요청했다.
후보자들에 대한 1차 심사를 맡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성낙인(62) 한국법학교수회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리의혹 등 후보자의 도덕성에 관한 자료를 받아 집중 검토하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달리 위원회는 신상 자료 없이 업적, 경력 등 후보자의 법률가로서의 자질만을 평가하다 보니, 국회에서 제기될 의혹에 대해선 미리 검증을 시도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 역시 여타 기관과의 자료교류나 협의 없이 후보자를 비밀리에 선정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에 대법원은 향후 후임 대법관 후보자 인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임명 제청된 후보자가 중도 사퇴했을 경우에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일단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절차를 처음부터 밟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위원회를 통해 김 후보자를 대신할 또 다른 후보자 추천을 밟고 검증 과정을 거쳐 양 대법원장에게 최종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국회로부터 임명동의안을 받기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김 후보자 등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함께 후보추천위원회의 검증을 거친 인사들 중에서 최종 후보자를 낙점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당시 후보추천위원회는 13명의 후보자 가운데 최종 4명을 선택했다. 하지만 13명 후보자 중 김 후보자와 함께 검찰 인사로 지명된 인사에 대해 반대 여론이 많았다는 점이 대법원으로서는 고민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절차를 밟아야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더 이상 대법관 공백 사태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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