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주변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안철수 바람'이 만만치 않은데다, 박 전 위원장의 5ㆍ16 쿠데타 관련 발언 이후 중도층과 3040세대 일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내 비박(非朴) 진영 주자들의 네거티브 공세가 예상보다 거친 탓에 '당내 예선은 정책 중심으로 최대한 조용하게 치르고 본선에 전력을 쏟겠다'는 전략이 흐트러지게 된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책 발간과 SBS '힐링캠프' 출연 등 정치 행보를 재개한 시점은 박 전 위원장이 "5ㆍ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발언 이후 수세에 몰렸을 때였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의 지지도는 하락세를 보였고, 안 원장은 상승세를 탔다. 대선주자 양자 대결에서도 박 전 위원장이 안 원장에게 우위를 내줬다.
이에 새누리당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은 어린왕자의 얼굴을 한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하며 견제에 나섰다. 김 의원은 "국민이 안 원장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은 현재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안 원장이 실제 대선에 출마하는 등 정치 행위를 하면 반작용으로 지지도가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 캠프는 최근 난상토론 끝에'캠프 차원에서는 안 원장의 움직임에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선거는) 파도와 같다. 파도는 계속 치겠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므로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캠프의 한 의원은 "안 원장 지지도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기에 스스로 소멸할 것이고, 출마하지도 않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실리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만 안 원장이 본선에 올라올 경우엔 철저한 검증을 통해 껍데기를 벗겨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5ㆍ16 발언은 역사ㆍ헌법 인식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후 박 전 위원장이 "국민의 50% 이상이 저와 같은 견해라는 조사도 있다""정치권이 국민의 삶도 챙길 게 많은데 역사 논쟁을 해야 하느냐"등의 논리로 반박하는 과정에서 '불통' 이미지가 강화한 측면이 있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의 중도층ㆍ3040세대 흡수 전략에 치명타가 됐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측근은 "박 전 위원장의 소신이 워낙 강한데다 딸이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은 더 큰 공격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이 말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박 전 위원장이 앞으로 과거사에 대해 말을 아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26일 광주에서 열린 당내 대선 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기 직전 광주 망월동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그는 사전에 일정을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참배한 뒤 방명록에 '숭고한 희생을 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정치권에선 '박 전 위원장이 역사관 논란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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