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묘미는 이변이다.
26일 두산-LG전을 앞둔 잠실구장. 두산은 최고의 용병 니퍼트(31ㆍ9승6패)를, LG는 2006년 9월8일 대전 한화전 이후 5년10개월17일(2,148일) 만에 신재웅(30ㆍ1경기)을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는 뻔해 보였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니퍼트는 장염으로 등판이 늦어졌지만 지금은 완벽하다. 좋은 투구를 보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김기태 LG 감독은 "신재웅이 길게 던져줬으면 좋겠다. 경기 초반에 점수를 주면 빨리 내릴 수도 있다"고 신중했다.
'잠실벌'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다윗' 신재웅이 '골리앗' 니퍼트를 잡았다.
LG는 신재웅의 5.2이닝 3안타 1삼진 1실점 호투와 4번 박용택의 결승타 포함 2안타 2타점을 앞세워 두산을 3-1로 따돌렸다. LG는 두산전 4연패이자 최근 3연패, 원정 4연패에서 벗어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신재웅은 2-0으로 앞선 6회말 2사 2루에서 유원상에게 공을 넘겨주기 전까지 역투했다. 최고 시속은 145㎞에 불과했지만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면서 두산의 강타선을 요리했다.
신재웅은 1회말 2사 2루 위기를 넘긴 뒤 4회까지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6회말 2사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유원상이 두산 3번 김현수에 중전 적시타를 맞아 신재웅의 실점은 1점으로 기록됐다.
2005년 LG에 입단한 신재웅은 2006년 말 LG가 FA(자유계약선수) 박명환을 영입하면서 보상 선수로 두산으로 이적했다가 이듬해 방출됐다. 그는 공익근무를 마친 뒤 지난해 친정 팀인 LG에 신고선수로 복귀해 2006년 8월11일 잠실 한화전 완봉승 이후 2,176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신재웅은 "개인적인 승리보다는 팀 연패를 끊기 위해 파이팅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하늘 나라에서 도와주신 것 같다"고 6년 만에 승리를 거둔 소감을 전했다.
광주에서는 KIA가 '핵잠수함' 김병현을 내세운 넥센에 9-1로 승리했다. 김병현은 광주일고 3학년 시절이던 1996년 무등기 이후 16년 만에 광주구장에 등판했지만 2회를 버티지 못하고 1.1이닝 동안 6안타 1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4패(2승)째.
대구에서는 삼성이 55일 만에 선발로 나간 윤성환의 6이닝 7삼진 1실점 호투에 힘입어 SK를 8-1로 눌렀다. 시즌 47승2무32패를 기록한 삼성은 2위 롯데에 5게임 차 선두를 달렸다. 한일 통산 500홈런에 도전했던 삼성 이승엽은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2안타를 터뜨리며 통산 5번째 10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작성했다.
대전에서는 롯데가 손아섭, 김주찬, 조성환의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몰아치며 한화를 9-2로 크게 이겼다. 한화 김태균은 통산 11번째 8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달성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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