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퍼펙트 스톰'(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초대형 폭풍)이 닥치는 걸까.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를 그런대로 버텨오던 우리 경제가 올해 2분기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허약한 내수는 물론 믿었던 수출마저 가라앉으며 올해 3% 성장도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L자형' 장기 불황의 서막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ㆍ속보)'에 따르면 2분기 국내 GDP 성장률은 1분기 대비 0.4%에 그쳤다. 이는 작년 4분기 충격(전기비 0.3% 성장)에서 깜짝 회복세를 보였던 1분기(0.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한 성장률 역시 2.4%에 그쳐 2009년 3분기(1.0%)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내용상으로도 소비와 투자, 수출 전 분야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1분기 대비 민간소비(0.5%)만 소폭 플러스였을 뿐, 설비투자(-6.4%) 수출(-0.6%)이 동반 후퇴하며 성장세를 갉아먹었다.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성장 기여도는 1분기 0.5%포인트에서 2분기 0%로 흐지부지됐다.
상반기 평균 성장률(전년동기 대비)은 불과 2.6%. 하반기 들어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올해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올해 3% 성장을 하려면 하반기 성장률이 3.3% 이상 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내외 악재가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자칫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될 수도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대외악재가 국내 소비ㆍ투자 심리까지 위축시키는 '자기실현적 기대'가 우려된다"며 "3%대 성장 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지난주 "유럽ㆍ미국ㆍ중국ㆍ신흥국의 불경기와 이란사태 등이 합쳐져 내년 세계경제에 퍼펙트 스톰을 가져올 것"이라고 다시 강조한 점도 우리 경제엔 비상 신호다.
정부와 한은은 아직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상저하고)이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눈치지만,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상저하저' 흐름은 물론 2분기를 기점으로 L자형의 장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경기 하락세는 잠시 나빠졌다가도 'V자'로 반등하곤 했던 예전과 달리 바닥이 깊고 넓어지는 모양새"라며 "이제 우리 경제의 성장여력이 4~5%대에서 3%까지 구조적으로 낮아졌음을 받아들이고 정책을 펼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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