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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여수 영상관람 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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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여수 영상관람 엑스포

입력
2012.07.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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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구경 많이 하셨어요?" 여수 해양엑스포 관광버스가 서울로 출발하기 직전, 운전기사가 손님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무것도 제대로 못 봤는데 사람구경이라니, 누구 약 올리느냐고 화를 내는 손님들이 많아 물어보기도 겁난다"면서 한 말이었다.

당일치기로 아침 일찍 떠났다가 밤 늦게 돌아온 여수 엑스포 관람은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전시관이 많고 볼 거리가 풍성해 당일치기는 무리라지만, 1박 2일을 하더라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좀 더 여유를 갖고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에다 '밤의 즐거움'이 더해지는 게 다른 점일 뿐 시간을 더 들인다고 해서 여수 엑스포 자체의 즐거움을 맛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우선, 여수 엑스포는 살아 있지 않다.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구호로 내세웠지만, 그 바다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 있지 않으며 그 연안도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있지 않았다. 폭염에 비지땀을 흘리며 오래 줄을 서서 전시관이랍시고 들어가봐야 영상 관람으로 끝난다. '바다는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메시지, '그 바다가 지금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경고가 전시관 별로 조금씩 다르게 주입교육 형태로 되풀이될 뿐이다. 바다 속의 아름다움과 경이가 지겨울 지경이다.

함께 간 일행은 "이렇게 영상이나 틀어줄 거면 그 많은 돈 들여 전시관을 따로 세울 게 아니라 복합상영관을 만들어 시간대 별 상영관 별로 영상물을 골라서 보도록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행은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영상물에 매력적인 이야기나 재미가 없는 점을 지적하고, 여수 엑스포는 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고 극언했다. 그는 아쿠아리움에만 집중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그것이 유일하게 살아 있는 시설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지적을 종합하면, 여수 엑스포는 근본적으로 개념이 진화되지 않은 실패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도록 각국 주재 외교관들이 발 벗고 나서 억지로 이끌고 등 떠다밀고 애걸하다시피 해서 유치한 외국관은 형식적인 전시나 내용 없는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국제적 엑스포라는데도 외국인 관람객수가 기대 미달인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수도권과 먼 지역에서 대규모 국제 행사를 했다는 것부터가 사실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저런 이유로 관람객이 기대보다 적자 표를 남발해 관객을 동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러다 보니 각종 단체의 행락잔치, 효도관광이나 계 차원의 관람객이 많아진 데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관객들이 폭증하면서 난장판이 돼버렸다. 예약제 운영이 일찌감치 실패한 터에 질서와 차례를 지키지 않는 관람객들이 늘어나 여수 엑스포 관람은 그야말로 '개고생'이 되고 말았다. 성숙한 관람문화나 시민의식은 우리의 경우 아직도 요원하다.

1만 5,00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 관리ㆍ운영에도 허점이 있다. 조직위원회는 자원봉사자 관리의 전문화를 위해 용역을 준 모양인데, 인력 배치가 잘못돼 4~5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식이 돼버렸다. 큰 행사의 인력 활용은 국가 전체의 능력을 총동원하는 것과 같은데, 어떤 사람들은 할 일이 없어 낮잠을 자고 어떤 사람들은 하루 종일 안내하느라 밥도 못 먹고 목이 쉬어 있다.

유감스럽게도 여수 엑스포에는 재미와 감동, 참여가 없다. 1993년에 열렸던 대전 세계박람회(대전 엑스포)로부터 거의 20년 만에 열린 여수 엑스포가 그때보다 뭐가 나아졌는지, 무엇을 앞으로 더 개선해야 하는지 점검하면서 마지막 남은 20여 일이라도 잘 운영하기를 바란다. 이런 큰 행사가 이렇게 허술하고 아무런 감동이 없는 무미건조한 이벤트였다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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