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예나 지금이나 부를 상징하는 귀금속의 대명사다. 경제위기나 전쟁 때처럼 화폐가 기능을 상실한 시기에는 화폐를 대신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그만큼 금은 안전자산으로도 대우받는다. 최근 몇 년 새 금값이 치솟으며 금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문화도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한 돈(3.75g)짜리 돌반지 대신 1g 돌반지가 유행하고 명예퇴직자나 장기 근속자에게 주던 금배지나 금메달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고 한다. 금이 들어간 술, 화장품, 치약 등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도 금값 탓일 것이다.
금값 상승은 치과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치과기재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0%를 차지하던 금-세라믹 보철 제작 비율이 2011년 5%까지 떨어졌다. 이 자리를 메탈-세라믹 소재와 지르코니아 등이 메우고 있다. 금값 상승에 따라 금니 가격도 올라가 금이 아닌 다른 재료로 보철 치료를 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금니를 새로 해 넣을 때 기존 금니를 가져가는 환자도 늘었다. 금니는 수명이 다하면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과거엔 치과에 버려두고 가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뺀 금니를 가져가 개별적으로 처분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금니만 전문으로 매입하는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머니 사정이 나쁠 때 장롱 속 금붙이를 내다 팔 듯 입 속의 금니를 내다 팔면 돈이 될까? 답은 "금니를 빼서 파는 것보다 오래 잘 쓰는 것이 남는 장사"다. 폐금니의 매입가는 씌운 형태와 크기, 순도에 다라 다르지만, 보통 폐금 1g당 2만~5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이 정도 가격은 금니를 새로 해 넣는 비용인 40만~80만원에 비하면 형편없다.
금니를 해 넣는 비용에는 금값이 포함되지만, 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금니를 제작하는 비용과 의료진의 시술 비용이다. 더욱이 금니에 쓰이는 금은 순금이 아닌 합금이며, 금의 함량 역시 30~80%로 다양하기 때문에 기대만큼 큰 돈을 받기 힘들다.
금니가 빠진 자리를 방치하면 옆의 치아가 빈 공간으로 누워 치열에 이상이 생긴다. 또 음식물 찌꺼기가 잘 끼며, 양치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충치도 쉽게 생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금니든 임플란트든 다시 보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때 드는 비용은 금니를 파는 가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가다.
따라서 금니를 억지로 빼서 팔 것이 아니라 금니를 오래 잘 사용하는 것이 돈 버는 길이다. 금니를 오래 잘 사용하려면 평소 양치질을 꼼꼼히 해야 한다. 이와 함께 6개월~1년에 한번씩 치과 정기검진을 받고 의사에게 금니 상태를 점검 받는다. 금니는 자연치아에 비해 씹는 힘이 떨어지므로 음식을 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 마른 오징어나 사탕처럼 지나치게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먹다가 금니가 빠질 수도 있다.
목동중앙치과병원장 국제구강임플란트학회(ICOI) 인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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