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회복은커녕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잇단 하향 조정 끝에 최근 3%까지 낮아졌지만, 이젠 그마저도 무너져 2%대까지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4%에 그쳤다. 1분기 성장률이 2.8%로 집계됐을 때만 해도 올해 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 따라 2분기 실적 개선의 기대가 없지 않았으나 여지없이 무산됐다.
분기 성장률 2.4%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쳤던 2009년 3분기 이래 33개월 만에 최저치다. 특히 전분기 대비 성장률도 1분기 0.9%의 산술적 절반에도 못 미치는 0.4%에 그쳐 성장 추세 역시 극히 불량한 상황임을 뚜렷이 드러냈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가 경기회복 지연의 최대 원인이다.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 등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경제도 성장의 삼두마차인 수출, 소비, 투자 모두가 흔들렸다. 수출은 1분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서는 듯 했으나, 또다시 0.6% 감소세로 주저앉았다. 민간소비 성장률도 0.5%에 그쳐 전분기 성장률 1%의 반 토막으로 떨어졌다. 설비투자의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져 무려 6.4% 감소로 급전직하했다.
그나마 연간 3%의 성장 전망이라도 맞추려면 하반기 성장률이 3.3%까지는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최근엔 스페인의 전면 구제금융설이 나돌고, 독일의 신용등급까지 강등될 정도로 유럽 상황이 갈수록 꼬이고 있어 여건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하반기 경기 반등은 고사하고 ‘L자형’ 침체 장기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경기회복의 지연 속에서 대외 악재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건 실물경기 우려가 금융시장에서 돌발적 패닉을 일으키며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증폭되는 것이다. 성장보다도 위기 방어가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언제라도 위기가 전면화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위기관리체제의 고삐를 더욱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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